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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제주도 묻지 마 살인, 청원 올린 아버지와 국민

2020년
9월
작성자
손 예진
작성일
2023-01-01 23:48
조회
3
‘묻지 마 범죄’란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이유가 없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마 범죄’의 피해자로 지목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묻지 마 범죄’의 해당 피해자는 주로 피의자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특정인을 말한다. 이러한 ‘묻지 마 범죄’에서는 주로 크게 이슈가 되는 범행은 살인이다. 이를 ‘묻지 마 살인’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즉 피의자가 불특정인을 불분명한 이유로 살인하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이러한 ‘묻지 마 살인’에 대한 사례들이 많다.

지난 8월 제주에서 '묻지 마 살인'이 일어나 전 국민이 큰 공포와 충격을 받았다. 편의점에서 근무를 마치고 버스비를 아끼고자 대략 1시간을 걸어 귀가하던 30대의 여성이 ‘묻지 마 살인’으로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피의자 A씨는 20대의 남성이었으며, 피해자 B씨와 아무런 일면식이 없는 상황이었다. 피해자 B씨는 피의자 A씨에게 뒤쫓기다 흉기로 수차례 찔린 상흔과 저항한 흔적들이 발견되었고, 피해자 B씨가 사망한 뒤 피의자 A씨는 B씨의 휴대전화와 지갑 속 신용카드, 현금 1만 원을 들고 도주했다. 당시 살해 시각은 오후 6시 50분쯤으로 피의자 A씨는 강도 및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사건 당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피의자 A가 자차에서 내리는 모습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본인 소유 탑차를 타고 제주 오일시장 인근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시장 근처 인면도로를 걷던 피해자 B씨를 발견하였다. 그 이후 A씨는 B씨를 따라 걷다 B씨를 밭으로 끌고 가 준비했던 흉기로 위협했고, B씨가 우산 등으로 저항하자 A씨는 그대로 B씨의 가슴과 목 등을 찌르면서 살해를 일으켰다. 이후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근처 CCTV를 확인하여 A씨를 추적하여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주차장에서 긴급체포 되었다.

A씨는 경찰에게 체포된 후 조사를 받으며 범행 목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택배 근무를 하다 본인의 생각보다 돈이 모이질 않는다며 택배 일을 그만두고 무직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 B씨의 1차 부검 결과 흉부 쪽 상처를 입고 사망하였으므로 성폭행 소견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기준 제주도 묻지 마 살인 청원 진행 현황

 

이에 피해자 B씨의 유족은 지난 9월 7일 이 사건이 계획된 살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청원을 제기하였다. B씨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8월 30일 제주도 민속오일시장 인근 3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현재 9월 9일 기준 2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인 피해자 B씨의 아버지는 “착하게만 살아온 딸에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에 대하여 한이 맺히고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5일 동안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온 국민들께 호소드리면서 국민 청원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라며 딸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앞서 언급했듯 피의자의 계획적인 살인이 분명하다며 여러 근거와 온 국민의 가정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바란다며 청원했다.

이 청원 글에는 계획적 살인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어 있는데, 요즘 막노동만 해도 하루 일당으로 일주일을 생활할 수 있는데 교통비를 아끼려 출퇴근하는 여성을 따라가 가지고 있던 흉기로 가해했다는 점에 대해 계획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청원인은 CCTV 화면상 피해자는 자차로 그 넓은 오일장을 세 바퀴 정도 돌며 지나가는 피해자를 보고 주차장에 주차한 뒤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사실 성폭행이 목적이었으나 심한 반항으로 무참히 살해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청원인은 경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피의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사체로부터 반대쪽인 약 5km 떨어진 곳에 버리고 도주한 사실이 있다. 이때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직후인 당일 오후 8시 30분부터 12시까지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이후 아예 전원이 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아버지로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112에 실종신고와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피해자가 성인이기 때문에 단지 연락 부재와 평소 딸이 이런 적이 없다는 이유로는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며 정확한 이유를 대라고 추적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 이후 깜깜한 밤이 된 이후에서야 가족들과 여러 형사가 출동하여 위치추적이 된 곳으로부터 날이 밝을 때까지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기준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 촉구 청원에 대한 동의 현황

 

이 사건에 대한 청원은 피해자의 아버지 청원 외에도 청원 글이 올라왔다. 지난 9월 3일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 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지난 9일 기준 약 11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본 게시글의 청원인은 “칼을 들고 있는 남성을 상대로 1만 원을 가진 여성이 저항했다고 하기에는 피의자가 생활비라는 감형을 위해 핑계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생각이 든다.”며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이기 때문에 오후 6시 50분이라도 낮처럼 밝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고, CCTV조차 느껴질 밝은 오후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당시 30대의 여성만이 아닌 ‘내가, 내 가족이, 내 주변 사람이 충분히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렇기에 이 사건에 대한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청원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청원인은 글을 마치면서 “코로나19와 태풍으로 모두가 지쳐있지만, 이 사건이 그저 생활고로 인한 살인이라고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의를 구했다.

이 두 청원 글처럼 많은 사람이 이번 '묻지 마 살인' 사건이 그대로 묻히기보다는 더 자세한 진술이 나오길 고대하며 이번 희생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위와 같은 제주 묻지 마 강도 살해 사건과 같은 ‘묻지 마 살인’ 외에도 ‘묻지 마 폭행’이 일어나는 사건도 잦게 있다. 특히 지난 8월 8일 새벽 지하철 7호선 논현역 인근 대로변에서 여성 7명이 이유 없이 30대 피의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의자는 여성들의 얼굴을 주먹 등으로 때린 뒤 달아난 것으로 혐의를 받은 바가 있다. 경찰에 의하면 피의자와 피해자들 모두 알지 못하는 관계였으며, 피의자는 당시 술에 취했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묻지 마 범죄'는 생각보다 잦고 대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전 국민이 피해자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피의자의 감형을 엄격히 해야 된다며 지난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의 임오경 의원이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안한 바가 있다. 현행법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을 못 하는 자 등 이들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여 형을 감면받거나 핑계를 대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악용되고 있는 법에 대해 임오경 의원이 개정안을 내세웠는데, 이는 음주나 마약류 관리법, 화학물질관리법과 같이 환각 물질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의 면제, 감경 사유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또한, 임오경 의원은 개정안을 주장하면서 “음주나 약물로 인한 범죄는 본인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상태에서 범죄를 행한 것이고, 무방비 상태에서 폭행을 당하고 사망에 이른 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감안할 때, 이를 이유로 형을 감면하는 것은 향후 수많은 피해자를 더욱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그는 이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묻지 마 폭행에 대한 주취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며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범죄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묻지 마 범죄에 대한 회피적 진술과 감형만이 아니라 다른 범행에도 환각 물질에 대한 책임이 더해질 수 있다. 또한, 유족과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으며, 보다 더 범죄 행위를 의식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 마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축적된 좌절감이 한순간에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박철현 교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형 ‘묻지 마 범죄’는 폭력, 방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정신질환 등 심리적인 요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분노형 범죄를 막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마련되고 관련 제도가 세심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가 있다.

위 제주도 ‘묻지 마 살인‘ 사건처럼 대낮에도 '묻지 마 범죄'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소견의 사회적 대책이나 임오경 의원의 개정안과 같은 범죄 예방 관련 법이 필요한 시대이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방심은 금물이며,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피의자의 엄중한 조사과정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segye.com/newsView/20200908513238?OutUrl=naver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2380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00831010006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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