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3) [책을 읽읍시다] ③ 사회/과학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여러 사회적, 과학적 문제에 관심을 높여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발전해나갈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생각의 시야를 넓혀줄 사회/과학 분야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1급 지체장애인 변호사 김원영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삶 또는 실격당한 인생이라 낙인된 이들의 삶을 직접 변호한다. 저자는 변호사인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관으로 일했다. 그는 차별당하는 이들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가 보호와 치료, 복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적 전제인 개개인의 고유한 서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온전히 지닌 채 써온 인생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지켜봐 줄 수 있는 시선이 존재하고, 그런 무대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실격당한 자들도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한 인간의 결핍과 차이에서 시작해,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는 사회적 무대로 확장되어가는 한 편의 긴 변론서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기회를 남겨준다.
2. 『요즘 애들』- 앤 헬렌 피터슨

▲ 요즘 애들
앤 헬렌 피터슨의 초현실주의 세대론 『요즘 애들』은 열정과 능력을 의심받으면서도 부단히 성실해야 하는 밀레니얼의 악전고투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밀레니얼을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부모처럼 살기 싫지만, 부모만큼 되기도 어려운 세대”라고 표현하며, “망가지고 실패한 건 하나의 세대가 아닌 체제 자체다.”라고 지적한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에 출생한 세대)가 밀레니얼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부모, 선생, 교수, 선배이자 상사였다고 설명하며, 그들의 책임을 언급한다. 입시 전쟁과 취업난, 과업부터 워라밸 강박과 육아, 결국 자책에 이르기까지의 밀레니얼이 겪는 고충과 번아웃은 밀레니얼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에 성공을 기대받으며 태어나, 불평등함보다는 가난의 공포부터 배우며 자라온 밀레니얼은 사회로부터 얻은 것도 없다며 번아웃에 빠진 밀레니얼을 위로한다. 또한, 잃을 것도 없으니 이 모든 억울함을 더 뻔뻔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3.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면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정신과 의사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이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완전히 격리될 정도로 중증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써 내려간 임상 기록으로, 인간 뇌에 관한 현대 의학의 이해를 바꾸었다는 평가와 함께 문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총 4부 2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1부와 2부에서는 주로 뇌 기능의 결핍과 과잉에 초점을 두었으며, 3부와 4부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적인 징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각 에피소드에 ‘뒷이야기’ 코너를 삽입하여 저자가 만났던 환자들의 경험을 덧붙였다. 임상 기록을 이야기하듯 들려주며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계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물고기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우리의 관념을 뒤집어엎으며 자유분방한 여정을 그려나간다. 저자 룰루 밀러가 친밀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과학에 관한 고군분투이자 사랑과 상실, 혼돈에 관한 이야기로,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이용해 숨어 있는 삶의 질서를 끈질기게 파헤친다. 이 책에서는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화재와 대지진 등으로 그가 수집한 수많은 표본이 파괴되고 유리단지에 보관해둔 천여 종의 물고기가 바닥에 엎어지면서 그가 쌓아온 모든 업적은 무너졌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널브러진 잔해들 사이에 식별할 수 있는 물고기를 집어 올려 다시 본인의 연구를 이어간다. 이 일화를 들은 저자 룰루 밀러는 과학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완전히 재편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파괴와 상실 이면에도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그것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고,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속 의문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나가다 보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더 깊고 특별한 인생의 비밀과 만나게 될 것이다.
5. 『떨림과 울림』- 김상욱

▲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저술한 『떨림과 울림』은 과학을 포기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빠져든 과학 베스트셀러이다. 빛, 시공간, 원자, 전자부터 최소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단진동까지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차분히 소개하면서 ‘물리’라는 과학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와 책에 관한 글도 함께 엮어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저자는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무엇을 안다고 말할 때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과학적 태도’이며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저자의 시각에서 쓰인 『떨림과 울림』은 독자들이 과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우며 흥미를 유발한다. 작가 유시민의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텐데.”라는 말처럼, 저자 김상욱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물리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과학 분야 도서를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된 책 외에도 많은 책에서 다양한 사회, 과학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관심을 두고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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