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문해력 논란, 무엇이 문제일까
작성자
송 민서
작성일
2022-09-09 00:20
조회
72

▲ ‘심심한 사과’ 논란이 시작된 사과문
최근 한 업체의 사과문에 사용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두고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마음이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의 한자어 ‘심심(甚深)한’을 지루하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한 이들이 등장하면서 평범한 문장 하나가 덜컥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는 이른바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의 문해력 논란으로 번졌다.
‘심심한 사과’만의 문제였다면 단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잠시 웃고 넘어갈 일에서 순식간에 화젯거리로 불어난 이유는 이와 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작년에는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하여 연휴가 사흘로 늘었음을 알리는 뉴스 기사에 3일을 왜 사흘이라고 하냐며 사흘을 말 그대로 ‘4흘’로 알아듣는 이들이 여럿 등장하여 이슈가 되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방송 뉴스에서 “무운을 빈다.”는 말의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無運)’는 뜻으로 전달하여 논란이 일었다.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에 힘써야 할 뉴스에서조차 단어에 내포된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오류를 범한 것이다. ‘금일’의 뜻을 알지 못해 ‘금요일’로 착각하고 교수에게 항의한 대학생의 사례도 한동안 화제를 모았으며, ‘고지식’을 ‘높은 지식’으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 교실
문해력과 어휘력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증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라는 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라고 밝혔다.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문장을 독해하는 능력 또한 떨어져 교과서를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시험문제를 풀기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EBS에서 방영된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실제 학생들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학생들은 ‘사흘’이나 ‘글피’의 단어 뜻을 묻자 잘 모른다는 듯이 일동 고개를 갸웃거렸고, 실제로 해당 방송에서는 학생 10명 중 9명이 ‘글피’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고 답하였다.
문해력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자 지난해 한국교총은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에 대한 설문을 시행하였다. 해당 설문 결과에 따르면 A등급(90점 이상)인 학생은 약 2.1%에 불과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C등급(70점대)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사태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교사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의 발달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팬데믹 이후 외출과 사적 모임이 줄어들고, 다채로운 온라인 콘텐츠들이 빈자리를 채우면서 학생들과 전자 기기가 더욱 가까워진 것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독서를 소홀히 해서’라는 답변도 약 54.3%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1년간 책을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사람은 1020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

▲ 초등학교 교과서
점차 문해력과 어휘력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지난 30일 교육부는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처음 공교육을 실시하는 초등학교서부터 문해력 교육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생 모두의 한글 해동 및 기초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국어 34시간을 추가하고 국어영역 내 ‘읽기의 기초, 쓰기의 기초, 한글의 기초와 국어 규범’ 등 문해력 관련 범주를 설정하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어과 영역 내에 ‘매체’ 과목이 신설된다. 일련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실질적 의미까지 파악하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것이 목표다.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교육부의 이와 같은 선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국어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공감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라며 변화하는 교육의 방향성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
특히나 학생들의 향후 교육에서도 국어 교육에 더욱 주력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생들의 국어 성적은 평균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이다. 해마다 전국의 중3, 고2 학생의 3%를 대상으로 주요 과목으로 여겨지는 국어, 영어, 수학의 학업 성취도 평가가 이뤄지는데, 국어 보통 학력 이상인 고2 학생의 비율은 2019년 77.5%에서 2020년 69.8%, 2021년에는 64.3%로 줄었다. 2년 새 약 13.2%p가 감소한 것이다. 중3 역시 같은 기간 국어 보통 학력 이상인 학생 비율이 82.9%에서 75.4%, 74.4%로 하락했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수준인 국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4%에서 7.1%(고2 기준)로 약 두 배가량 증가했다.
국어는 교과 과목이기 전에 우리 언어다. 단순히 시험에서 국어 문제 하나를 더 맞히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위해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할 영역이다. 교과목만 하더라도 문해력과 어휘력이 부족해서 국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 외국어에 능통하고 계산을 빠르게 하더라도 시험 문제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타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뉴스, 기사, 공지사항 등 살아감에 있어서 숙지해야 할 정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매체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누리고 삶을 제대로 영위해 나가는 데 언어는 필수적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문명을 누리는 것 또한 좋지만,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문해력과 어휘력이 먼저 갖춰져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습기자 송민서
이미지 출처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517070003042?t=20220829171837
https://m.ytn.co.kr/news_view.php?s_mcd=0103&key=202208301023274091&pos=
https://www.google.co.kr/amp/s/www.hankyung.com/society/amp/20220830722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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