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마트 치킨으로 알게 된 불편한 진실

작성자
박 세환
작성일
2022-09-09 23:38
조회
26


  치킨은 한국 사람에게는 ‘소울푸드’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후라이드 치킨과 그 파생 치킨들의 선조를 되짚어보면 그 기원이 한국이 아닌 서양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치킨이 21세기 한국인의 밥상을 사수하고 있는 음식이라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치킨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확히는 치킨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고물가 속에서 많은 원자재와 식재료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와중에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가 그 흐름에 편승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이익을 취하고 있고, 그 때문에 소비자들과 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주요 논지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가 이와 같은 논쟁의 중심이 된 것과 이 주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데에는 한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판매가 발단이었다.


 

▲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해당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는 지난 6월 30일, 6,990원 초저가 치킨인 ‘당당치킨’을 출시하였다. 당당치킨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일 생산과 당일 제조를 주된 특징으로 내세워 보장된 품질의 낮은 가격을 보여주었고, 출시 후 약 50일이 지난 8월 21일까지 46만 마리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는 걸 증명해 내었다.



 

▲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치킨 목록

 

  해당 업체 측도 인기를 실감해 말복이었던 지난 8월 15일 하루만 당당치킨을 5,99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이에 해당 업체 외에도 다른 경쟁 대형마트 업체들도 발맞춰 초저가 치킨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마트에서는 ‘5분 치킨’을 출시하였고 롯데마트에서는 기존의 ‘한통 가아아득 치킨’을 리뉴얼한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을 출시하였다.



 

▲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약 12년 전에 비슷하게 롯데마트에서 출시했던 ‘통큰치킨’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통큰치킨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지만 ‘대기업 횡포’와 ‘소상공인 죽이기’ 같은 반응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움직임을 보이려 하자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 중지를 선언하며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2년 전과 달랐다. 그때와 비교해도 더 나아지지 않고 고물가임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도 오른 치킨 가격 탓에 소비자들도 견디다 못해 마트 치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마트 치킨의 엄청난 인기에 마트 치킨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 식품 코너 앞에는 치킨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로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으며, 최대한 대기를 하지 않고 치킨을 구하기 위한 오픈런도 생겼다. 거기에 마트 치킨을 사들여서 다시 중고 거래 플랫폼에 되팔이하는 사례까지 생겨나 마트 치킨이 단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대형마트의 물량공세에 소비자들은 고물가 속 가뭄에 내린 단비를 맞이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염창동에 사는 A 씨는 “체인점 같은 경우 요즘 (치킨값이) 2만, 3만 원 하니까. 그런데 비슷한 양에 더 싸게 준다고 하면 더 싼 걸 고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하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어쩔 수 없이 가성비가 좋은 마트 치킨을 구매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트 치킨의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몇몇 소비자들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들은 마트 치킨이 과연 이윤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보란 듯 해당 업체의 관계자가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이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라는 유튜브 인터뷰가 널리 알려지면서 역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과도하게 마진을 남겨 점주들을 고생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되었다.

 

  실제로 위 인터뷰가 나온 이후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하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는 "닭값 4,000원, 기름값 1,200원 두 가지만 더해도 원가만 5,200원을 넘긴다."라며 "대형마트 치킨에 큰 감정은 없지만 치킨 한 마리를 6천 원대에 팔아도 남는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 화가 난다."라고 입장을 전했으며, 또 다른 점주는 "가뜩이나 고물가로 장사가 쉽지 않은데 치킨집들이 무슨 폭리를 취하는 것 마냥 비춰져 답답하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한, 지난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32.2%를 기록해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을 가뿐히 넘겨 의혹에 더욱더 불을 지피게 되었다. 해당 업체 외에도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예기치 못한 특수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게 되었다.

 

  거기에 해당 업체는 원재룟값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넘기는 닭고기 공급 가격을 100원가량 올리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의 한 점주는 “판매가는 고정된 상태에서 이번에 또 공급가를 본사에서 올렸습니다. 100~200원 올랐다지만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어마어마하겠죠.”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현재 상황으로 보아, 마트 치킨은 여러모로 소비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어쩌면 언젠가는 알아야 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했다. 지금은 여러 의혹과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는 데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먼저 실행되는 것은 해당 문제를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IMF로 직장을 잃은 이들에게 치킨집 운영은 그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매개체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치킨은 불황으로 힘들었던 국민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어주던 국민의 희로애락이 담긴 음식이었다. 치킨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스쳤던 많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소울푸드’로 남길 바란다.

 

수습기자 박세환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692778?sid=10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008723?sid=101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47&aid=000015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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