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진화하는 몰카 범죄, 초소형 카메라

작성자
송 민서
작성일
2022-11-01 17:10
조회
63
  언젠가부터 사회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른바 ‘몰카’ 범죄는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태원에서 불법 촬영을 한 2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이 발표한 바로는 범인이 에코백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여 이태원역 일대를 서성이며 여성의 치마 속과 신체 일부를 촬영했다고 한다.

 


▲ 지하철 내 불법 촬영 발생 현황

 

  문제는 이와 같은 범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철도 승강장이나 역사, 열차 내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363건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작년 한 해의 전체 적발 건수인 351건을 웃도는 결과이다. 팬데믹 이후 잠시 줄어들었던 몰카 범죄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몰카 범죄가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의 중심에는 초소형 카메라가 있다.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카메라의 크기는 작아지고 영상의 화질은 더욱 선명해지며, 갈수록 더 완벽에 가까운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무엇이든 인터넷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개인정보나 사생활 침해 위험에 노출된 것처럼, 초소형 카메라 또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초소형 카메라를 누구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쉬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자상가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 제품 판매장 곳곳에는 ‘초소형 카메라’, ‘특수 카메라’, ‘몰래카메라’를 판매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기자가 진행한 실험을 통해 얼마나 초소형 카메라 구매이 쉬운지 알 수 있다. 해당 기자는 전자상가에 있는 매장 5곳을 다니며 카메라 구입 여부를 물었고, 모두 ‘당연히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일반인이 초소형 카메라가 왜 필요한지,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해 묻는 곳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판매자는 “다 이유가 있어서 사지 않겠느냐. 범죄 목적이라고 한들 그렇게 대답할 리가 없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변형 카메라들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초소형 카메라나 특수 카메라를 검색하면 다양한 카메라의 정보를 알 수 있다. 검색 몇 번으로 구매경로뿐 아니라 기종별 성능, 가격까지 비교하며 쉽게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행법상 전파법이 인체나 다른 기기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파에 관해 확인하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전기파 문제만 잘 통과하면 카메라의 크기나 형태가 어떻든 상관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상에는 단순히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아닌 척 속일 수 있는 제품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그 종류는 차 키, 안경, 액자, 거울, 라이터, 모자, USB 등 다양하다. 한 차 키 모형의 초소형 카메라는 “실제 자동차 키 디자인을 그대로 따왔다. 렌즈를 덮어 완벽한 보안이 가능하다.”라고 제품을 소개했다. 몰카탐지기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구매자의 질문에도 “모든 제품은 내장 저장 방식이기에 현재 과학으로는 잡아내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불법 촬영 카메라

 

  여러 모습의 초소형 카메라가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다. 작년에는 한 40대 남성이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우는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된 액자가 시중에서 판매되면서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해당 액자가 보이면 바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정말 개인적인 사유로 초소형 카메라가 필요하여 구매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대중들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작년 6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이 늘어나고 있으니 유통을 규제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한 달 동안 총 23만 3,758명이 동의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초소형 카메라가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잦다. 등록제 등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등록제 시행 시 판매 업체의 호응 유도 방법과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던 제품에 대한 처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관점 또한 존재한다. 초소형 카메라 규제가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판매자의 판매 권리 또한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카메라 판매 자체를 규제하기보다는 몰카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화 활동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식칼 등의 판매를 규제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법 촬영 범죄 초범을 제대로 교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반박의 여지는 충분하다. 현재 법안 발의 과정에서 논의되는 것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 자체를 근절하자기 보다는 등록제를 시행하여 누가 어디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를 대비하자는 취지이다. 원천 금지가 아닌 이력 관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기에 반대 측에서 내세우는 기술 발전의 저해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 안전을 위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 시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자충격기와 분사기도 그 대상에 속하며,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품으로 사용되는 무기 또한 허가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다. 초소형 카메라 또한 해당 물품들과 같이 국가의 관리하에 사용하자는 말인 셈이다.

  여전히 범죄 악용을 방지하자는 입장과 산업계의 반발에 대한 충돌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kr/am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yeongnam/2022/01/13/3QMNKRWHAZDLLMNJG2R72DBZX4/%3foutputType=amp

https://m.hani.co.kr/arti/society/women/1000326.html?_fr=nv

https://www.google.co.kr/amp/s/mobile.newsis.com/view_amp.html%3far_id=NISX20221018_0002051221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111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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