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1인 가구 울리는 황당한 원룸들

작성자
송 민서
작성일
2023-01-17 23:55
조회
49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로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1인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에 비해 19만 9,771명이 감소하면서 3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점진적으로 늘어난 결과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972만으로, 전체 세대의 41%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6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인 것으로 추산되었고, 유럽은 2018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9%가 1인 가구로 확인되었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을 비롯하여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1인 가구는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전, 식품, 가구, 부동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1인 가구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을 펼쳤다. 기존 제품보다 적은 용량의 소포장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그 예시다.

 


▲ 1인 가구가 찾는 고시원들

 

  그렇다면 부동산 현황은 어떨까.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과 비례하여 원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 가구의 절반은 전용면적 12m2(약 12평) 이하의 주택에 거주한다고 한다. 혼자 사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그보다 큰 주택에 입주할 경우 경제적 부담이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룸이나 고시원 위주로 1인 가구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룸이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해주기엔 현 상황이 여의찮다. 많은 이가 고향을 떠나 1인 가구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서울에서 그만한 주택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1인 가구는 최근 3년간 매년 9만 가구씩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서울에서 인허가받은 전용면적 40m2 이하의 주택은 31,765호였다. 같은 기간 1인 가구의 수가 99,192가구 늘어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 불법 ‘방 쪼개기’ 추이

 

  그 결과 원룸을 구하다 보면 황당한 매물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불법 ‘방 쪼개기’이다. 원래는 하나의 주택 형태여야 할 공간을 억지로 쪼개 여러 개의 방을 만든 것이다. 이 경우 복도 안에 또 복도가 있거나 집과 집 사이를 나눈다기엔 터무니없이 허술한 벽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억지로 방을 갈라놓았으니 수도나 가스 배관이 멀쩡할 리도 없다.

 

  불법 방 쪼개기가 성행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본래 주택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존재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불법 증축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집을 여러 개로 쪼개면서 늘어날 임대료와 임대 소득을 허위 신고하면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이점 하나 때문에 세입자들의 안전을 담보 삼는 셈이다.

 


▲ 옷장 사용 시 기어들어 가야 하는 한 원룸

 

  이외에도 황당한 원룸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1인 가구의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유튜브 채널 ‘집공략'의 영상에서 소개된 원룸들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한눈에 보인다. 먼저 ’복층‘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지 의구심까지 드는 원룸들이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은 ‘복층 원룸’이라고 소개되었으나, 복층 공간 밑에 존재하는 옷장을 사용하려면 기어들어 가야 한다. 높이가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용하려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뿐더러 길이가 긴 옷은 제대로 걸 수도 없다. 또한, 복층의 윗부분에 존재하는 침대는 계단이나 사다리 등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올라가려면 단숨에 뛰어올라야 한다. 한참 숙여야 했던 옷장과는 반대로 점프해서 간신히 올라가야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경악스러운 점은 이런 황당한 원룸이 전세 1억 7,0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 서울시 관악구의 또 다른 원룸

 

  신림동에 위치한 또 다른 ‘복층’ 원룸은 방 한편에 설치된 두꺼운 판을 복층이라고 주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1평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협소한 공간인 데다, 엄밀히 따지면 2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판을 덧댄 것뿐인데 이를 ‘복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개보조원마저도 “저희도 여기를 복층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벙커 침대나 캣타워 방이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원룸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매물로, 인근 원룸 매물 중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한다. 도보로 역까지 이동할 수 있고, 다른 인근 원룸에 비해 평수가 넓고 월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근 원룸보다 평수가 넓다고 언급되는 이 원룸은 몇 평일까. 중개보조원에 따르면 해당 원룸은 약 4평 정도 되는 크기라고 한다. 1인 가구의 절반이 사는 약 12평 이하의 방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는 크기인데, 인근에서는 오히려 넓다고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이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 밖에도 매우 낮은 천장 높이 탓에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원룸이나, 싱크대와 화장실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등 기상천외한 원룸들이 여럿 존재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은 거주할 사람을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팔릴 수 있는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주 면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격에 맞춰서 만들어지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주택 공급 수를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1인 가구가 직면한 현실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어느덧 전체 가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불법 증축을 체계적으로 단속하거나 거주권을 침해하는 황당한 매물들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최소한의 거주권을 보장받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kr/amp/s/realty.chosun.com/m/article.amp.html%3fcontid=2022010600684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902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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