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가를 점령한 ‘피지컬’ 대결
작성자
송민서
작성일
2023-03-02 00:21
조회
123

▲ ‘피지컬 100’ 포스터
최근 성황리에 종영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은 공개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지난 1월 TV쇼 글로벌 톱10 차트에서 7위로 진입했다. 점차 서바이벌이 진행됨에 따라 지난달 8일에는 정상을 차지했으며, 최종화가 공개된 후에도 톱10에 안착해있다.
몸을 이용해 서바이벌을 진행하고 대결을 펼치는 이른바 ‘피지컬’ 예능 열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피지컬 100’에 이어 ‘사이렌: 불의 섬’ 제작에 들어갔다. 이는 신체 능력이 뛰어난 각 분야의 여성 24인이 모여 생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 SBS 예능 ‘순정 파이터’
지난해 12월부터 방영한 SBS 예능 ‘순정 파이터’도 마찬가지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이종격투기 선수들과 함께 대결을 펼치면서 점차 진정한 파이터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낸다. 주로 ‘생존’에 초점을 맞춰 몸으로 하는 각종 대결을 포맷으로 삼던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격투기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 ‘순정 파이터’만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몸 쓰는 예능들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작년에는 채널A에서 방영되었던 ‘강철부대’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으며, 이 인기에 힘입어 작년에 시즌 2도 방영된 바 있다.
더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MBC 예능 ‘진짜 사나이’ 시리즈가 있다. 2013년 처음 대중들에게 선보였던 ‘진짜 사나이’는 당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인들이 직접 군부대에 들어가 현역 장병들과 함께 훈련받고, 생활하는 모습이 많은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엄청난 인기에 따라 시즌2도 제작되었으며, ‘진짜 사나이 300’이라는 이름의 시즌3도 방영되었다.
이렇듯 몸 쓰는 ‘피지컬’ 예능은 이미 한참 전부터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런데도 최근 예능 트렌드가 육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지컬’ 예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같은 몸 쓰는 예능이어도 결이 달랐다. 앞서 서술하였던 ‘진짜 사나이’나 ‘강철부대’부터 스포츠 예능인 ‘골 때리는 그녀들’, ‘뭉쳐야 찬다’ 등은 얼마나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체력이 우수한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팀워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동안 스포츠 예능의 단골 소재였던 축구나 농구, 야구 등이 팀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철부대’나 ‘진짜 사나이’ 또한 협동심이 중요한 키워드였음을 알 수 있다. ‘강철부대’는 부대 별로 서바이벌을 진행하는 방식이고, ‘진짜 사나이’는 함께 입대한 기수 별로 같이 훈련받고 생활하는 방식이기에 팀워크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간 시청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들에 흥미를 느껴왔다. 처음에는 각자 약점이 존재했던 이들이 점차 능숙해지고, 부상을 입은 팀원을 대신하여 투혼을 발휘하면서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챙길 수 있었다.

▲ ‘피지컬 100’의 한 장면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피지컬 100’만 봐도 이제는 개인의 싸움이다. 물론 이 안에서도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종목이 있고, 그 안에서 약점을 보완해주는 모습도 드러나기는 한다. 하지만 과반수의 종목이 개인 대결이며, 마지막 승자를 가리는 것 또한 개인 종목이다. 이전 피지컬 예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성장 서사’도 찾아볼 수 없다. 차근차근 서로를 도와가며 성장해나가기보다는 강인한 개인이 살아남는 구조이다.
이러한 포맷 탓에 현실판 ‘오징어게임’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처럼 탈락자가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오롯이 개인의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이나 수많은 개인이 상금을 위해 간절하게 경쟁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이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직장이나 학교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일쑤다 보니 당연하게도 보이는 것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동안 신드롬을 일으키던 ‘K-뷰티’가 주춤하기도 했다.
비대면 사회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보이는 것을 감추고 살았던 지난날들과 달리, 현재는 엔데믹이 선언되었다. 이와 함께 자연스레 뷰티 산업이나 관광 상품 등 그동안 억눌러왔던 욕구들이 표출되고 있다. 피지컬 또한 이 중 하나다. 몸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판도도 뒤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제로섬게임’ 포스터
지난해 티빙에서는 오리지널 예능 ‘제로섬게임’이 공개되었다. ‘제로섬게임’은 출연자들이 상금을 걸고 몸무게를 조절하면서 벌이는 서바이벌이다. ‘피지컬 100’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피지컬 예능과는 다소 다른 포맷이지만, 개인에 대한 관심과 체중 관리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주제다.
웨이브도 지난해 오리지널 예능 ‘배틀 그램’을 공개했다. ‘배틀 그램’은 보디빌딩 서바이벌로, 자기 몸을 선보이고 서로 평가하여 상금을 쟁취하는 프로그램이다. 피지컬 예능의 인기가 개인의 대결과 몸 관리라는 키워드로 귀결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관계자들은 진솔하고 솔직한 것이 매력이라는 답변도 내놓았다. ‘순정 파이터’의 안재철 PD는 “몸을 쓰는 예능이 돋보이는 이유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능 관계자는 “스포츠 등 몸 쓰는 프로그램은 다른 예능에 비해 더 생생하고 몰입도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오롯이 ‘피지컬’에만 집중하는 대결 방식이 오히려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생동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팬데믹과도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데믹 기간 비대면으로 지낸 영향으로, 살을 부딪치며 힘을 겨루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감을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롯이 개인의 ‘피지컬’로 승부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어떤 분야에서 활약했든, 체급이 어떻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굴 올해의 키워드, ‘피지컬’ 예능을 통해 정상을 향해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피 튀기는 전쟁을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kr/amp/s/m.mk.co.kr/star/broadcasting-service/view-amp/2022/07/635932/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212070129
https://www.google.co.kr/amp/s/m.mk.co.kr/star/broadcasting-service/view-amp/2022/07/63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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