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유행, ‘Y2K’ 열풍

작성자
송민서
작성일
2023-03-17 22:33
조회
89
  지난해 Y2K 열풍은 가히 신드롬급이었다. 2022년 패션계의 핵심 키워드는 ‘레트로’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잠시 유행하고 지나가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예상과는 달리 2023년이 된 현재까지도 다양한 업계에서 Y2K 열풍이 불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Y2K의 엄청난 인기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미우미우가 선보인 로우라이즈 패션

 

  Y2K는 ‘Year to 2000’을 뜻하는 말로, 본래 2000년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그러나 현재는 ‘세기말 감성’ 등을 표현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며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먼저 Y2K 열풍을 이끈 분야는 바로 패션이다. 패션계는 작년부터 이미 Y2K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Y2K 패션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화려하고 파격적인 특색으로 개성이 강하다는 점이 있다. 아무래도 세기가 바뀌는 그 격변의 기로에 놓인 시기이기에 안정성보다는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이 유행한 것이다.

 

  이때 당시의 패션 아이템 중 대표적인 것은 로우라이즈와 크롭 기장의 상의, 어그부츠 등이 있다. 일반적인 길이보다 다소 짧은 기장으로 입는 상의는 이미 전부터 유행한 바 있다. 그러나 크롭 탑의 유행 초기에는 상의 기장이 짧아진 만큼, 하의는 위로 높게 올라오는 하이웨스트가 유행했다. 그런데 Y2K가 급부상하면서 이와 반대되는 로우라이즈 팬츠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로우라이즈는 배꼽까지 높게 올라오는 하이웨스트와 반대로 골반에 걸치듯이 입는 밑위가 매우 짧은 기장의 바지이다.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에서는 지난해 로우라이즈를 핵심 키워드로 컬렉션을 선보여 많은 이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 어그부츠

 

  지난겨울부터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어그부츠 또한 Y2K 패션의 산물이다. 어그부츠는 원래 호주의 신발 브랜드명인 ‘UGG’에서 따온 명칭이지만, 현재는 양털 부츠를 일컫는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단어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배우 임수정이 착용하면서 여성 소비자들의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시에 ‘국민템’으로 자리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으나, 이후에는 다소 촌스럽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점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랬던 어그부츠가 지난겨울에는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다만 2000년대 초에는 롱부츠가 주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길이가 짧은 미니 어그 부츠가 유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많이 신고 다니는 ‘뮬’로도 제작되어 더욱 다양한 스타일로 어그 부츠를 즐기는 중이다. 카카오 스타일은 어그부츠 거래액이 직전 겨울 대비 약 106%가 증가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 Y2K 감성의 걸그룹 트와이스 의상

 

  패션계에서 시작되었던 Y2K 열풍은 다른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갈수록 치솟는 Y2K 열풍에 대중음악 또한 너나 할 것 없이 Y2K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걸그룹 아이브는 지난해 하반기, 7080 레트로 멜로디를 차용한 신곡 ‘After LIKE’를 발매하며 의상 또한 Y2K 감성을 살렸다.

 

  인기 최정상 걸그룹 트와이스 또한 지난해 하반기 발매한 ‘Talk that Talk’에 Y2K 감성을 가미했다. 의상이나 세트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을 과거 방송에서 송출되었던 화면조정 영상처럼 연출하여 제대로 ‘그 시절’ 감성을 담았다. 이외에도 지코, 블랙핑크 등 다양한 가수들이 앞다투어 Y2K를 표방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 걸그룹 뉴진스의 공식 홈페이지

 

  데뷔와 동시에 신드롬을 일으킨 걸그룹 뉴진스는 아예 뉴트로를 그룹 콘셉트로 가져왔다. 최근 많은 아이돌 그룹의 특색으로 자리 잡은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염색 머리를 배제하고 검은 생머리에 크롭티, 통이 넓은 와이드 데님 팬츠 등 전체적인 스타일이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참 전 유행하다 MP3와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CD 플레이어에서 모양을 따온 ‘뉴진스 백’을 한정판 앨범으로 판매하기도 했으며, 공식 홈페이지 또한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사이트 분위기를 살렸다.

 

  이는 음악계에서 그치지 않고 방송가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 오락실’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가 출연자들이 2000년대 초반 당시 유행하던 옷차림을 그대로 입고 나온다.

 


▲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또한 Y2K 유행의 일환이다. 지난 6일 누적 관객 수 384만 명을 넘어서며 몇 년간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너의 이름은’의 380만 명을 넘어섰다. 슬램덩크는 본래 1990년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던 히트 작품이다. 이런 슬램덩크가 2023년 현재 새롭게 재해석되면서 재유행의 발판이 되고 있다.

 

  슬램덩크의 유행이 고무적인 것은 향수에 잠긴 30ㆍ40세대보다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10ㆍ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에 있다. 초기에는 30~40대가 관람객의 약 80%를 차지했으나,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20대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26일에는 더 현대 서울에서 슬램덩크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다.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로 많은 이가 방문하였으며, 나이대는 새로이 슬램덩크를 접한 10대부터 예전의 추억에 잠긴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그렇다면 Y2K가 유행의 선두 주자가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숨어있을까. KPR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연구소는 “Y2K 패션의 특징인 화려한 스타일링과 과감한 컬러가 자유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Z세대의 가치관과 부합한다.”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이고 특색있는 Y2K 패션이 개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세대에 맞아떨어지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백은수 교수는 “유행에도 한계가 있어 기존의 패션 아이템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한정적인데,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에 Z세대에게 생소할 2000년대 감성을 가미하여 뉴트로 유행이 탄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전에 유행했던 아이템이라고는 해도 현재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Z세대에게는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재유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때로는 예스러움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를 찾아내기도 한다. 유행의 중심이 된 Y2K 열풍을 통해 겪어보지 못한 뉴트로 감성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164

http://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407

https://www.artinsight.co.kr/m/page/view.php?no=63630#link_guide_netfu_64709_77360

http://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15257

https://imnews.imbc.com/news/2022/enter/article/6403354_357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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