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 언제 없어질까
작성자
송민서
작성일
2023-04-30 20:00
조회
53

▲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를 추모하는 모습
최근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불씨를 키운 것은 대전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사망 사고였다. 특히 해당 사고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스쿨존에서 발생하여 9살 어린이가 숨진 사건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2일, 대전에서는 또 다른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역주행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맞은편 차량과 충돌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30대 남성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심지어 해당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된 지점은 해당 운전자가 이미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2월 음주운전이 적발되었으며, 면허 취소 수준으로 드러나 현재는 무면허 상태다. 결국 음주운전인 동시에 무면허 운전에도 해당하는 셈이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대전에서 연달아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며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지역을 막론하고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9일 경기 하남에서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한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40대 남성은 분식집을 운영하며 직접 배달을 하고 있었으며, 이날도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고 전날 밤새 술을 마신 사실과 사고 당시 졸았던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가해 차량 운전자의 이러한 진술에도 혐의가 다소 축소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음주 사실이 있긴 하나,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 아니기에 위험운전 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교통사고 치사 혐의로 입건했는데, 이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징역은 최대 3년에 불과하다. 혈중알코올농도와 더불어 가해자의 확실한 진술까지 더해졌는데도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위험운전 치사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가 격분하고 있다.

▲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
음주운전 사고의 ‘솜방망이’ 처벌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작년 6월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나, 가해자에게 겨우 징역 3년이라는 다소 가벼운 선고가 이루어졌다는 게시물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법을 개정하더라도 판결 자체가 가해자에게 유한 처벌을 내리고 있기에 이러한 ‘솜방망이’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형위 운영지원단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1심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약 3.7%로, 6건에 불과했다. 또한, 피해를 본 어린이가 사망까지 이르렀던 3건의 경우 모두 가해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이러한 가벼운 처벌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들었다.
양형위가 교통 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높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2년 처음으로 교통 범죄 양형기준이 정립된 이후 2016년과 2021년에 양형기준을 점차 높였다. 아직 법정형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양형기준은 올라가는 데 비해 실제 형량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처벌이 끊이질 않자, 양형기준을 지금처럼 조금씩 올릴 것이 아니라 법정형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폭 상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형위의 입장은 다르다. 양형위 관계자는 “법정형이 동일한 다양한 범죄가 있는데, 교통 범죄의 양형기준만 급격하게 높이면 전체적으로 균형성 및 통일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피해자 과실이 없는 음주 사망사고의 결과를 살펴봤을 때, 대체로 평균 징역 4년이 부과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8년 윤창호 사건으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되었지만, 실제로 강한 처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변호사는 “유가족이 용서하지 않거나, 형사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에도 징역 4년 근처다.”라고 덧붙이며 약한 처벌에 대한 심각성을 표현했다.

▲ 어린이 보호구역
우리나라의 약한 처벌은 다른 나라와도 사뭇 비교된다. 일본의 경우 2001년, 음주운전으로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에게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이 개정되었다. 이것이 단순히 법안 개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형량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어린이 2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일본은 해당 전환점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앞서 언급한 ‘윤창호법’ 등으로 인해 높은 형량을 선고할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법을 아무리 강력하게 개정한다 한들 실제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론상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잠재적 음주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겠냐는 지적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자 중 2회 이상 거듭하여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2016년 44.5%, 2017년 44.2%, 2019년 43.7%, 2020년 45%로 약 절반가량에 이른다. 이에 미루어 보았을 때, 음주운전을 한번 걸린 사람은 다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더욱 절실한 이유 중 하나이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 법정형의 ‘하한’이 아닌 ‘상한’ 기준에 가깝게 선고하는 등 판사들의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겠지만, 술과 자동차가 존재하는 이상 완전히 없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필요한 것은 강력한 처벌과 이로 인한 하지 말아야겠다는 인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법안의 개정보다 중요한 것이 실제 판결 내용이다. 많은 이의 관심이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실제 선고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게끔 지속적인 주목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
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7333.html?_fr=nv
https://www.google.co.kr/amp/s/amp.seoul.co.kr/seoul/20230412500172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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