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영화 푯값 그리고 텅 빈 영화관
작성자
서동민
작성일
2023-05-05 14:26
조회
69
한국인의 영화 사랑은 유별났다. 영화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찍은 이래로, 2019년까지 매년 국내 영화 시장은 천만 영화를 끊임없이 배출해 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문화로 우뚝 선 영화 시장에 힘입어 영화관은 한국인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딱한 20대에게 영화관은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이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장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관람료가 인상되며, 이 또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 영화관에서 좌석 간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창궐 이후,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했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게 금지되면서 자연스레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또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며 극장 업계가 얼어붙었다.

▲ 연도별 총 영화 관람객 수 – 영화진흥위원회 Ⓒ서동민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약 2억 2,667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인 2020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약 5,952만 명으로 1/4토막이 났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로, 영화관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CGV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4~6%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팬데믹 이후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영업이익률 –66.62%, –32.79%를 기록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CGV는 2020년 10월, 2021년 4월, 2022년 4월까지 총 세 차례 영화 관람료를 인상했고, 이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발을 맞춰 CGV와 동일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11,000원이었던 주중 영화 관람료는 14,000원으로, 주말 영화 관람료는 12,000원에서 15,000원으로 책정되며 각각 3,000원씩 치솟은 것이다. “2020년부터 팬데믹으로 수백,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난 멀티플렉스는 그 적자를 메꾸기 위해 영화 관람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 극장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엔데믹 선언 이후 극장업계는 빠른 회복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관을 방문한 관람객 수는 약 1억 1,281만 명이었다. 팬데믹 시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도별 4월 매출액 – 영화진흥위원회 Ⓒ서동민
엔데믹 선언에도 불구하고 영화 산업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의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극장 매출액은 약 706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2.2%(304억 원) 증가했으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월에 대비해선 62.4%(1,131억 원) 수준에 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어언 1년이 지났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전면 해제된 상황에서도 극장업계는 회복을 다 마치지 못한 것이다.
극장업계의 회복세가 더딘 이유가 영화 관람료 인상 탓만은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영화관은 영화 유통자의 지위를 선점해오고 있었다. 특히 신작을 가장 빨리 보는 방법은 영화관이 유일했다. 다른 후발주자에게 있어 이 선점효과는 진입 장벽이었고, 영화관에는 독보적인 위치를 가져다주는 역할이었다. 영화는 이전부터 IPTV, DVD, VOD 등과 같은 2차 시장에서도 유통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영화관의 선점으로 시장에서 비중을 늘릴 기회가 없었다.

▲ 팬데믹 이후 우리 생활과 밀접해진 OTT 서비스들
그러나 팬데믹은 영화관으로 통하는 제1의 유통망의 기능을 멈췄다. 영화관이 기능을 멈추자, 영화관이 지니고 있던 선점 효과는 사라졌고, 다른 플랫폼의 진입장벽도 함께 무너졌다. 결국 소비자는 영화관을 대체할 새로운 유통자를 찾았으며, 소비자는 곧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대체재로 선택했다.

▲ 연도별 국내 소비자 OTT 서비스 이용률 – 방송통신위원회 Ⓒ서동민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OTT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녹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관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유통경로가 있었기에 소수의 이용자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서비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가 발발하면서 OTT 서비스는 코로나 특수를 맞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집계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9년까지 국내 소비자의 OTT 서비스 이용률은 52.0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66.30%로, 전년에 비해 14.30%P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며 가파르게 성장했음을 알렸다.
OTT 서비스 수요만 증가한 게 아니다. 수요가 늘자, OTT 서비스 기업 간의 경쟁이 격화됐고,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양적으로는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을, 질적으로는 ‘독점 콘텐츠 공급’ 전략을 펼치며 투자량을 늘렸다. 기업 간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자연스레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질과 양, 그리고 가성비 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OTT 서비스의 편의성은 현대인에게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했다. 영화관을 이용하는 경우 소비자가 영화 시간에 스케줄을 맞춰야 했고, 상영시간 전까지 영화관에 도착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한 편을 관람하기 위해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OTT 서비스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게 OTT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OTT 서비스는 가성비, 편의성 면에서 영화관을 압도하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해에도 OTT 서비스 이용률은 전년도에 비해 2.50%P 증가한 72.00%로,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영화관을 다시 찾아야 할 발걸음이 되려 OTT 서비스로 향한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박정환 씨(24세, 남)는 “코로나 전에는 친구랑 영화관에 가곤 했는데, 이젠 영화 푯값이 너무 올라서 부담스럽다.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 한 번 볼 돈이면 OTT 서비스에 가입해, 한 달 동안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니면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영화 산업은 경제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전국민적인 여가 생활로 남기에 힘든 시기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팝콘 등 간식값까지 더하면 더욱 부담스러운 금액대가 형성된다. 한때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화관이 구세대의 유물로 남을지 멀티플렉스 3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습기자 서동민
이미지 출처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96910#policyNews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11116210000916
통계자료 출처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33941&topic=
https://www.kobis.or.kr/kobis/business/mai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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