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우리가 몰랐던 음식 이야기 ③ 오히려 우울함 유발하는 초가공식품

작성자
김 나영
작성일
2023-01-27 13:36
조회
5702

초가공식품

우울할 때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생각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맛이 가득한 초가공식품이 오히려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식품첨가물을 다량 함유하고 가공 처리가 이루어진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현대인의 식습관을 다시 돌아볼 때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초가공식품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종종 찾아오는 우울함에 달고 매운 음식은 위로가 되곤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심할 때 자극적인 음식이 떠오르는 건 생리적인 변화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우리는 불안하고 우울하다. 이때 달콤한 고탄수화물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세로토닌 분비를 늘릴 수 있고,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몸의 열기를 땀과 함께 배출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열이 식으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달고 매운 맛이 강한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기 쉬운데, 이는 오히려 우울함에 빠지는 선택지이다. 초가공식품이란 식품첨가물이 들어있고, 가공과 변형이 많이 된 식품을 말한다. 치킨, 과자, 사탕, 조리식품 등이 이에 속한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연구팀이 18세 이상 1만 359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우울증 사이 연관성을 분석했다. 실험참여자는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초가공식품을 먹었는지 기록했으며, 우울증 선별 도구로 우울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하루 섭취량의 80%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집단은 20% 미만으로 섭취하는 집단보다 우울증 위험이 1.81배 높았고, 불안 증상은 1.19배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가공식품 안에 들어있는 인공 감미료 등이 체내 염증이나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등 병태생리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치매

우울함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초가공식품을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케이크, 비스킷, 칩 등 초가공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체중뿐만 아니라 치매의 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그 원인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공무원 1만 77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초가공식품을 얼마나 먹는지 등을 조사하여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을 첫 번째 그룹,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을 네 번째 그룹으로 설정하여 총 4개의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이후 기억력과 집행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네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28%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집행 기능 점수도 평균 8년 동안 25% 더 빠르게 떨어졌다. 이는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가장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뇌가 28% 더 빨리 쇠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 볼 수 있는 집행 기능 및 전체적인 인지 기능의 감소는 초가공식품 섭취로 인한 전신 염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초가공식품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유핑 셴 중국 쑤저우대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0세 이상 6만 298명의 초가공식품 소비 양상과 심혈관 질환 등 원인별 사망률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초가공식품은 가공된 정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됐으며, 각 식품을 주식으로 삼은 참여자별로 사망률을 살폈다. 분석 결과 가공된 정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한 그룹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17% 높았다. 뇌혈관 질환과 모든 원인의 사망률도 각각 최대 16%, 30% 증가했다.


샐러드

그렇다면 우리는 우울할 때 무엇을 먹어야 할까. 우울할 땐 초가공식품보단 두부, 우유, 과일이 든 샐러드 등을 먹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의 90%는 장에서 생성되는데, 장 내벽에 있는 ‘엔테로크로마틴’이라는 세포가 세로토닌을 직접 합성한다. 이때 세로토닌 합성에 필요한 주원료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은 붉은 고기와 같은 육류, 콩류, 달걀, 생선, 치즈, 시금치, 견과류, 바나나 등에 풍부하다. 이 외에도 세로토닌이 트립토판으로 만들어지는 데 관여하며, 세로토닌뿐 아니라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는 비타민, DHA, 마그네슘, 아연, 칼슘, 철분 등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을 비롯한 신체 활동은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우울감 해소에 효과적이다. 운동한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뇌신경 변화가 크고 우울증이 완화됐다는 독일 보품 루르대학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우울감이 개선되지 않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변 지인이나 가족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그 후에도 슬프거나 불안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식품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초가공식품을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은 서양인들의 식단에서 50~60%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 때문에 학계에서는 초가공식품에 함유되는 첨가물의 양을 조절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울할 때 나도 모르게 찾게 되는 초가공식품, 이제는 그 위험성을 알고 조금씩 줄여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진 출처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8/2019111803272.html

https://www.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48844952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582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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