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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9)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계산

2022년
작성자
최정우
작성일
2023-03-05 13:35
조회
23

최근 코로나 19 방역패스가 도입되면서 방역 지침 속에 나이가 등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한국식 세는 나이’와 민법상 주로 쓰이는 ‘만 나이’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한국식 나이 계산을 폐지하고 ‘만 나이’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한국에는 세 가지 나이 표현이 있다. ‘만 나이’, ‘연 나이’ 그리고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세는 나이’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나이는 태어난 순간 1세가 되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한 살씩 늘어나는 세는 나이, 이른바 ‘한국식 나이’이다. 반면, 0세로 태어나 매해 생일을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늘어나는 만 나이는 주로 관공서와 병원, 각종 공문서에서 사용한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나이인 연 나이는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에서 사용한다.












▲ 헷갈리는 한국식 나이



이러한 여러 나이 표현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세 가지로 나이를 표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992년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2022년 1월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몇 살인지 살펴보자. 보통은 한국식 세는 나이를 적용한 31살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편, 연 나이를 적용해보면 2022년에서 1992를 뺀 값이 나이가 되므로 30살이 된다. 또한, 만 나이로 계산하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29살이 되어 아직 20대인 셈이다.










▲ 나이 계산 방법

 

다른 나라에서는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세는 것이 당연해 만 나이 하나로 나이를 표현한다. 따라서 ‘만 12세’와 같은 기준이 헷갈리지 않는다. 즉, 나이를 둘러싼 혼란은 나이 계산법이 세 가지인 한국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외국에서도 독특한 한국식 세는 나이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CNN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동아시아에서 ‘0’이라는 개념이 서양보다 늦게 정착되었기 때문에 한국식 나이 계산이 쓰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1902년 법령을 개정하면서 만 나이 문화를 정착시켰고, 중국은 1960년대 후반부터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세는 나이 관습이 사라졌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세는 나이를 고수하는 건 한국뿐이다.



한국식 나이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특히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나이에 얽힌 억울한 사연을 토로했다. 12월 31일 7시 45분에 태어났다고 밝힌 한 50대 여성은 어렸을 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내년이면 지능지수(IQ) 기준이 바뀌는데 생일 하루 차이로 불리한 기준을 적용받아 손해를 보게 되어 안타깝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나이와 함께 12월 31일에 태어났다는 말을 버릇처럼 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식 세는 나이로 서른이 된 12월 31일생 한 남성은 12월에 치러진 지난 18대 대선 당시 같은 나이 친구들이 투표할 때 혼자 투표권이 없어 투표를 못 한 채로 유권자 친구들과 함께 개표 방송을 봐야 했다고 말했다. 단 몇 시간 차이 때문에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 친구들 사이에서 낮은 서열, 막내로 인식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들





2003년부터 ‘빠른년생 폐지’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1, 2월에 태어난 학생과 같은 해 12월 31일에 태어난 학생이 같은 학년을 다니게 되면서 연말 출산을 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12월 출산 기피 현상, 외국과 다른 나이 기준으로 말미암은 혼선 등 나이 계산 방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두 차례 법안이 발의되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임기가 만료되어 폐기되었고, 21대 국회에서 이장섭 의원을 비롯한 13인이 발의한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전체 회의 상정을 거쳐 현재 소위원회 심사에 계류 중이다. 현재 계류된 법안이 시행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문서에 나이를 기재할 때 모두 만 나이를 적용해야 한다.

 

한편, 만 나이는 이미 법적으로는 정착되어 있다. 민법 제158조에 “연령 계산에 출생일을 산입한다.”라고 명시됨에 따라 각종 공문서와 의료기록에서는 만 나이를 적용하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종 규칙과 의무를 정하는 일을 비롯한 세금, 의료, 복지 등 실생활에 유의미한 기준이 되는 것은 만 나이이다.

 

간혹 연 나이를 쓰는 일도 있다. 연 나이는 한국식 세는 나이와 만 나이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집단을 보다 효율적이고 일괄적으로 지휘 및 통솔하기 위해 파생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을 규정하는 청소년보호법, 군대에 갈 사람을 정하는 병역법, 민방위기본법에 적용된다.

 

그러나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한국식 세는 나이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식 세는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적용하자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 ‘만 나이’ 정착 여론조사 결과

만 나이 정착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만 나이 정착 찬성’으로 점차 무게가 쏠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조사 당시에는 한국식 나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조금 더 우세했던 반면, 지난해인 2021년 12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만 나이 사용 찬성 측이 약 71퍼센트로 크게 늘었다. MZ세대를 겨냥한 뉴스레터 ‘뉴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20일까지 구독자 2,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 나이 사용'에 83.4퍼센트가 찬성, 12.9퍼센트가 반대, 3.8퍼센트가 기타 의견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식 나이 폐지와 만 나이 적용’에 대하여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세 가지 나이 표현으로 혼란이 발생하는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적용하는 나이 표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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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280366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55&aid=000094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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