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낮은 충원율
작성자
고 서현
작성일
2022-09-11 21:52
조회
25
정부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필수 의료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 기사를 통해서 필수 의료 낮은 충원율을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환자 생명을 살리고 중병을 고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필수 의료,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의가 되는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 인기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출근 직후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학회 참석과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아야 했다. 제때 뇌출혈 수술을 받지 못한 간호사는 엿새 뒤에 결국 사망했다. 해당 사건 이후 의료계 등 일선 현장에서는 “위기에 처한 필수 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라며 의사 수 확대 등 의료 기반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흉부외과는 당장 내후년부터 지금보다 적은 인력으로 계속 늘어나는 수술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이는 흉부외과 의사 수가 줄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흉부외과를 택한 전공의는 23명으로, 확보율이 35%에 불과한 수치이다. 정의석 대한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위원장은 ”1994년만 해도 57명, 2007년에는 47명이었는데 지금은 전공의를 다 채운 병원이 전국에 다섯 개밖에 없고,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는 병원도 절반밖에 안 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30·40대 젊은 전문의 부족이 심각하다. 정 기획위원장은 ”연령별로 50대(425명)가 제일 많은데, 이들은 15년 후면 다 사라진다.“라며 ”고령화로 심장과 폐암 수술은 더 늘어날 텐데 30대(142명)와 40대(312명)를 더해봐야 454명뿐이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내년부터는 전문의로 들어오는 숫자보다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국회에서도 흉부외과 등 몇몇 필수 의료 과목의 전공의 충원율이 만성적으로 미달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 전문과목별 전공의 충원율 자료를 공개하며 ”올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전문과목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낮아졌다.“라고 밝혔다.
위 자료를 보면 2018~2022년 충원율은 흉부외과의 경우 57.4%에서 47.9%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 또한 101.0%에서 28.1%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외과와 산부인과도 각각 76.1%와 80.4%로 100%에 이르지 못했다.

더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과는 바로 소아청소년과다. 2019년 80%였던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 지난해 34.4%, 올해 27.5%로 급락했다. 저출산에 코로나까지 겹쳐 환자가 줄면서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올해 전공의 확보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하반기 모집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10명), 세브란스병원(8명), 한양대병원(5명) 등이 뽑겠다고 나섰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박리다매’를 매출을 유지하던 국내 소아청소년과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93곳이지만, 폐업한 의원은 120곳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 개원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03곳, 폐업한 의원은 154곳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의원 수가 감소했다.
소아 응급 센터를 폐쇄해 소아 환자는 아예 받지 않거나 낮에만 받는 응급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밤에는 응급실에 가도 아이가 치료받을 수 없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이 상태라면 의사 부족으로 2~3년 내 ‘아동·청소년 건강’이라는 국가 안전망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 확보율이 최근 60~70%까지 떨어지고, 저출산과 다른 과에 비해 ‘법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는 분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 과실이 없는 사고에서도 소송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분만 병원은 지난해 6월 47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이른바 ‘분만 취약지’가 늘고, 산모와 태아가 위험해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 중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외산소 각 학회 이사장 등 의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니라 힘들고 위험 부담이 크지만, 돈벌이는 잘 안 되는 분야의 의사가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내외산소 중에서도 대동맥 질환이나 암 등 기피 분야를 떠받치는 의사들은 나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전공의 확보율에 “우리는 멸종위기종”이라며 위기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에 투자하는 개정안을 밝혔다. 이번 개정법안은 기존 전공의에 대한 '포괄적'·'재량적' 지원을 특정 과목 전공의에 대한 '의무적' 지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필수 의료에 대해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수 의료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이다. 우리는 필수 의료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5222747i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8086203i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2/08/16/QNAL36CUNBAD5L6JEWV7PH5P7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소아청소년과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환자 생명을 살리고 중병을 고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필수 의료,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의가 되는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 인기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출근 직후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학회 참석과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여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술받아야 했다. 제때 뇌출혈 수술을 받지 못한 간호사는 엿새 뒤에 결국 사망했다. 해당 사건 이후 의료계 등 일선 현장에서는 “위기에 처한 필수 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라며 의사 수 확대 등 의료 기반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5년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충원율
흉부외과는 당장 내후년부터 지금보다 적은 인력으로 계속 늘어나는 수술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이는 흉부외과 의사 수가 줄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흉부외과를 택한 전공의는 23명으로, 확보율이 35%에 불과한 수치이다. 정의석 대한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위원장은 ”1994년만 해도 57명, 2007년에는 47명이었는데 지금은 전공의를 다 채운 병원이 전국에 다섯 개밖에 없고,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는 병원도 절반밖에 안 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30·40대 젊은 전문의 부족이 심각하다. 정 기획위원장은 ”연령별로 50대(425명)가 제일 많은데, 이들은 15년 후면 다 사라진다.“라며 ”고령화로 심장과 폐암 수술은 더 늘어날 텐데 30대(142명)와 40대(312명)를 더해봐야 454명뿐이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내년부터는 전문의로 들어오는 숫자보다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국회에서도 흉부외과 등 몇몇 필수 의료 과목의 전공의 충원율이 만성적으로 미달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 전문과목별 전공의 충원율 자료를 공개하며 ”올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전문과목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낮아졌다.“라고 밝혔다.
위 자료를 보면 2018~2022년 충원율은 흉부외과의 경우 57.4%에서 47.9%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 또한 101.0%에서 28.1%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외과와 산부인과도 각각 76.1%와 80.4%로 100%에 이르지 못했다.

▲과목별 전공의 정규 정원 확보율
더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과는 바로 소아청소년과다. 2019년 80%였던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 지난해 34.4%, 올해 27.5%로 급락했다. 저출산에 코로나까지 겹쳐 환자가 줄면서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올해 전공의 확보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하반기 모집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10명), 세브란스병원(8명), 한양대병원(5명) 등이 뽑겠다고 나섰지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박리다매’를 매출을 유지하던 국내 소아청소년과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93곳이지만, 폐업한 의원은 120곳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 개원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03곳, 폐업한 의원은 154곳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의원 수가 감소했다.
소아 응급 센터를 폐쇄해 소아 환자는 아예 받지 않거나 낮에만 받는 응급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밤에는 응급실에 가도 아이가 치료받을 수 없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이 상태라면 의사 부족으로 2~3년 내 ‘아동·청소년 건강’이라는 국가 안전망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산부인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공의 확보율이 최근 60~70%까지 떨어지고, 저출산과 다른 과에 비해 ‘법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는 분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 과실이 없는 사고에서도 소송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분만 병원은 지난해 6월 47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이른바 ‘분만 취약지’가 늘고, 산모와 태아가 위험해지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 중 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외산소 각 학회 이사장 등 의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니라 힘들고 위험 부담이 크지만, 돈벌이는 잘 안 되는 분야의 의사가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내외산소 중에서도 대동맥 질환이나 암 등 기피 분야를 떠받치는 의사들은 나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전공의 확보율에 “우리는 멸종위기종”이라며 위기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에 투자하는 개정안을 밝혔다. 이번 개정법안은 기존 전공의에 대한 '포괄적'·'재량적' 지원을 특정 과목 전공의에 대한 '의무적' 지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필수 의료에 대해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수 의료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분야이다. 우리는 필수 의료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수습기자 고서현
이미지 출처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5222747i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8086203i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2/08/16/QNAL36CUNBAD5L6JEWV7PH5P7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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