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SPC 공장 사망 사고와 갈피 잃은 노동현장

작성자
박 세환
작성일
2022-10-27 22:36
조회
54

▲ 포켓몬빵

  올해 초 불어온 ‘포켓몬빵’ 열풍을 기억하는가. 당시 포켓몬빵의 인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이유는 빵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포켓몬빵은 1998년도에 한차례 출시된 제품이다. 아마 1990년과 2000년대생에 이런 띠부띠부씰은 무척 익숙할 것이다. 포켓몬빵은 2006년에 단종되었다가 올해 약 16년 만에 재출시했다.

 

  이번 포켓몬빵 열풍은 주요 언론사와 방송사에도 여러 차례 소개될 만큼  큰 주목을 받았었다. 전국 각지 편의점에서는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한 ‘오픈런’이 성행했었으며, ‘당근마켓’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가보다 배로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빵 포장지를 뜯고 띠부띠부씰만 가져가서 버리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덤으로 생겨났었다.
 

  이렇게 포켓몬빵은 누적 1,000만 개 이상 판매를 기록해 다양한 바리에이션 상품이 나왔으며, 제조, 유통 및 판매를 진행한 ‘SPC 그룹’의 브랜드 ‘삼립’은 이를 체감한 듯 올 하반기 다가오는 할로윈과 겨울을 앞두고 10월 27일에 한 차례 더 호빵 버전의 ‘포켓몬 호빵’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서 있던 오픈런 인원은 하나둘씩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삼립’ 브랜드를 비롯한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베스킨라빈스 31’같은 다른 ‘SPC 그룹’ 브랜드의 가게에도 손님들이 뚝 끊기기 시작했다. 과연 시장점유율 83.4%를 차지하는 SPC 그룹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평택 SPL 제빵공장 사고 추모제

 

  시작은 SPC 그룹 계열사의 공장에서부터였다. 지난 10월 17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SPC 그룹 계열사 SPL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6시 20분쯤에 근무하던 근로자 A씨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에 상반신이 들어가 사망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10월 18일 경찰은 곧바로 평택 SPL 제빵공장의 안전 책임자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 조치했다.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현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현재 흘러나오는 여러 추측을 포함해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지만, 종합적이고 핵심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은 하나다. 바로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안전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SPC 그룹 노조 측에서는 사고 열흘 이후인 26일 오후 피해자 A씨의 국립과학수사대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원인 분석과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평택 SPL 공장에는 근무할 시, 2인 1조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근무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사고 당일 같은 조였던 A씨와 다른 노동자 C씨는 각자 맡은 일이 서로 달라 사실상 같은 조 근무라고는 보기 힘든 근무였다고 한다. 또한, 2인 1조 매뉴얼은 사고 당일 이외에도 현장에서는 이행되지 않았고 매뉴얼을 보거나 직접 교육받은 근로자들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은 주야 2교대 12시간 근무가 기본이었고 작업 할당량이 많아 주어진 작업 시간 내에 그 작업량을 처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높은 강도의 노동이었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작업 속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작업 환경이었기에 소스를 빠르게 섞기 위해 기계에 직접 손을 집어넣었거나 과로로 흐려진 집중력 때문에 손을 헛짚어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공장 측의 허술한 조치와 안전불감증이 맞물린 여러 원인이 합쳐져 근로자들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형성하게 했고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 SPC 그룹과 계열사 측의 대국민 사과

 

  사고를 접한 국민의 공분과 함께 모기업인 SPC 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던 도중, SPC 그룹 측은 10월 21일에 평택 SPL 공장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서울 양재동 SPC 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본사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들이 모여 사과했다.

 

  하지만, SPC 그룹은 이전에도 근로자 안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계열사인 ‘파리바게트’에서는 꾸준히 제품 표절 및 도용 이슈가 터져 나와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노조 측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빌려 SPC 그룹 계열사인 ‘던킨도너츠’에서는 SPL 평택 공장과 같은 교반기를 사용하고 있고, ‘파리바게트’에서도 제빵 기계의 고온 이슈 때문에 근로자가 감수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 성남 샤니 공장 출입구

 

  거기에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21일 오전 계열사 ‘샤니’의 성남 제빵 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한 40대 근로자가 손가락에 기계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이 SPC 그룹 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확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SPC 그룹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 중이다.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매번 우리에게 경각심을 준다. 더는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관심 둘 필요가 있겠다.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119/0002651465?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10815?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10815?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350157?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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