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간호법 제정의 목소리

작성자
박 세환
작성일
2022-12-01 15:05
조회
28
  간호법 제정은 우리나라에서 어느새 화두가 되는 주제로 자리 잡았다. 간호법 제정에 대해 매년 시위가 일어나고, 전 세계 137개 회원국과 2,800만여 명의 간호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국제기구 ‘국제간호협의회(ICN)’에서도 한국의 간호법 제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간호법 제정의 배경과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

 
  지난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전국의 간호사와 간호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결의 대회에 참여했고 주최 측에서 합산 인원수는 5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결의 대회에서는 지난 여야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인 ‘간호법 제정’에 대한 공약 이행과 국회 법사위 간호법의 빠른 통과를 요구했다.
 
  또한 결의 대회 참석자들은 이 날 ‘간호법 제정!!’을 슬로건으로 걸고,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한 간호법 제정 즉각 이행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간호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침으로써 간호법 제정의 목소리를 높여나갔다. 현재 간호법은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1월 24일 기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92일째 계류 중이다.
 
  그렇다면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려는 이들은 어떠한 이유로 간호법을 제정하려는 것일까. 신성례 대한간호협회 국제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며 간호법 제정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먼저 최근 고령인구와 만성질환 환자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계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돌봄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간호업무의 영역이 기존 의료기관 외에도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어린이집, 학교, 산업체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간호업무 영역을 기존 의료기관에 보건활동으로 제한함에 따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법 제정은 노인 및 만성질환 환자의 관리는 기존의 의료기관으로는 역부족이며, 변화하는 보건 환경 속 빠르고 효율적인 간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지역사회에서도 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 관련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20년 초 전 세계에 창궐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상태에서 엔데믹을 겨우 맞이했으나, 언제 다시 다가올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방심은 이르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인류가 접하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이 이번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류가 지난날의 희생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숙련 간호 인력을 보충해 전 세계적인 재난을 적극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간호법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미 OECD 소속 38개국 중 33개의 국가는 간호법을 제정하고 시행 중인 상황이다.
 

▲ 보건의료연대의 간호법 제정 제지 총궐기 대회

 
  하지만, 간호법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간호법이 간호업무의 영역을 지금보다 확장하기 때문에 현행 의료 환경에 오히려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간호법이 규정하는 간호업무의 영역을 뚜렷하게 규정할 경우, 기존의 치료 행위 같은 의료 과정에서는 오히려 간호업무를 명확하게 분산시키면 치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간호법 제정이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의 영역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지난 5월 성명서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고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간호법을 향한 거센 비판을 가했다.
 
  간호조무사협회 뿐만이 아니라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의 유관단체들도 간호법 제정이 ‘직역 침해’를 우려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간호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해서 간호사들의 처우개선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간호사 전용 단독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직역 이기주의’라는 시선으로 보고 있고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간호사의 편의만을 위한 법안을 제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중 대다수는 간호법 제정이 아니더라도 의료법 등 현행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및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간호 자체를 사실 의료에서 분리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고 “이것을 분리하게 돼 버리면 치료까지 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한, ‘직역 침해’ 이슈에 대해서는 “간호사 처우 개선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전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도 다 들어가 있는 부분.”이라고 하며 “더 실효성 있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선 의료인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해 앞서 언급한 현행법 개정을 통한 처우개선 등의 해결책을 권유했다.
 
  이처럼 간호법 제정은 현재 많은 의료 단체와의 마찰 등으로 인한 외부요인이 제정에 발목을 붙잡고 있다. 앞서 박수현 대변인이 언급한 대로 같은 의료인들이 다 함께 노력해 합의하는 것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주요 돌파구로 보인다. 상호 원만한 합의를 통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777613?sid=102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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