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봉쇄로 인한 중국 제로코로나 백지혁명

작성자
박 세환
작성일
2022-12-08 18:02
조회
27
  대한민국이 코로나와의 엔데믹을 선언한 지 어느덧 5개월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바뀐 삶을 되찾아가며 코로나는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 엔데믹으로 인해 부활한 항공 산업

 
  실제로, 이런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고 2년간 닫혀있던 축제는 한정적으로나마 열리게 되었다. 비행길이 막혀있던 항공 산업도 표가 매진되는 일이 발생하고, 무역 시장도 활발해지는 등 코로나로 침체하였던 시장들이 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그렇다고 명(明)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코로나로 인해 쌓인 보복 소비 심리와 안전불감증이 잘못 맞물려 발생했다. 158명의 사망자와 197명의 부상자 발생은 8년 전 안전불감증으로 온 나라가 큰 슬픔에 빠졌던 순간을 상기시키며 다시 한번 ‘안전과 질서의 재고’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런 의미에서 엔데믹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의 반의어인 ‘PTG’, 즉 ‘외상 후 성장’이라는 용어처럼, 우리 사회는 엔데믹을 통해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국 사회가 성장할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한편, 한반도와 인접한 어느 국가는 현재 코로나의 완전한 박멸을 외치고, 코로나 없는 종식의 세상을 꿈꾸며 전 세계의 엔데믹 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제로코로나’를 선언해 코로나의 종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의 베이징 거리

 
  지난 10월에 진행된 20차 당대회가 끝나고,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자 당국에서는 제로코로나를 위한 봉쇄령을 내렸다. 이번 봉쇄령은 기존 당의 정책과는 달리 많은 이들의 반발을 샀는데, 주된 이유는 전 세계가 코로나에 대한 면역을 키우는 추세를 보이지만, 당국은 오히려 공포심만 조장하고 시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광저우, 청두, 우한 등의 최소 12개의 도시에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봉쇄 반대 및 항의 시위가 진행 중이다. 해당 시위는 ‘반봉쇄’ 시위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시진핑’ 주석의 비판으로 번져가며 ‘반정부 시위’로 양상이 변화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당국의 여러 정책에도 수긍하던 중국 시민은 이번에는 무슨 연유로 죽음을 무릅쓰고 당국의 정책에 강력히 저항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은 “갑자기 확진자가 많이 생겼고, 20차 당대회가 끝난 후 시진핑 주석 3연임이 되고 주요 고위직이 인사이동을 하는 상태기 때문에 공석이 많았다.”라며 중국 당국이 현재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를 감당하기 힘든데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이 겹쳐 강력한 봉쇄령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일파만파 확진자가 생기니까 다시 강하게 봉쇄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임계치에 다다랐던 중국 사람들의 인내심이 강하지 않은가.  그러한 중국인들조차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번에 우연한 일로 그것이 촉발된 것이다.’라며 당국의 강압적인 규제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중국 국민이 더는 견디기 힘들어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강압적인 봉쇄령과 더불어 보도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불만을 느껴 반정부 시위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의 ‘백지혁명’

 
  중국의 이번 반정부 시위는 시위 참가자들의 행동에 주목할만하다. 11월 27일 상하이, 청두, 시안 등에서 진행된 시위와 28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상태의 A4 용지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백지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검열과 통제에 항의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세간에서는 이를 중국의 ‘백지 혁명’이라고 부르며 SNS에서는 ‘#백지혁명’, ‘#백지행동’이라는 해시태그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또한, 중국 국민도 계속되는 당국의 검열에 맞서 백지를 든 사진을 중국의 SNS 웨이보와 위챗 등에도 끊임없이 올려 이들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 하버드 대학교의 ‘백지혁명’ 지지 시위

 
  이러한 중국인들의 간절함이 전 세계에도 닿았던 것일까. 11월 2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재학생 50여 명이 중국의 백지혁명을 지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시위에서 ‘물러나라, 시진핑’과 ‘우리는 노예가 아닌 시민을 원한다.’라는 구호를 외쳤고, 촛불을 들고 희생된 이들을 애도했다.
 
  또한,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과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도 ‘제로코로나’를 비판 및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여 중국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많은 학생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Free China’, ‘일어나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아’와 같은 문구를 함께 첨부해 중국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했다. 이처럼 백지혁명은 중국 본토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누구나 아픔을 겪기 싫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픔 없이 성장은 있을 수 없고, 아픔이 싫어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외면하는 건 상처를 더욱 곪게 한다. 앞서 언급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비록 큰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겨내면 ‘외상 후 성장’이 된다. 지금의 백지시위 과정 또한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것이겠지만, 이를 잘 견뎌낸다면 중국 사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053724?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87658?sid=10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64946?sid=10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3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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