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길 싫어하는 시대
작성자
박 세환
작성일
2022-12-22 22:40
조회
35
현재 언론계는 큰 부담을 떠안고 가는 중이다. 바로 미국의 신문사들이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부터 하나둘씩 폐간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인 미국의 언론 잡지 ‘선데이 매거진’도 시대에 흐름에 못 이겨 결국 올해를 끝으로 폐간하기로 결정되며 언론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선데이 매거진은 미국의 유력지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의 일요일 전용 발행 잡지로, 신문사의 기사 중 장문의 기사 혹은 칼럼을 담아 발행하는 잡지이다. 지난 12월 4일 미국 정치·사회 전문 매체 ‘더힐’은 워싱턴 포스트가 결국 선데이 매거진을 폐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선데이 매거진의 원작자인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샐리 버즈비’는 선데이 매거진 발행 중단의 주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선데이 매거진의 최종 호는 크리스마스 연휴 초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선데이 매거진의 폐간으로 미국의 일요일 매거진은 3곳에서 뉴욕타임스와 보스턴글로브 총 2곳만 남게 된다. 인터넷 기사가 보급되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로 뉴스를 접하는 현세대에서 일간지의 폐간 소식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유지 혹은 폐간된 일간지들은 대부분 탐사보도로 이루어져 있다. ‘탐사보도’란 ‘감춰져 있는 사실이나 현상을 조사 발굴해 내서 세상에 공개하는 것’으로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탐사보도 중심이던 일간지는 인터넷 기사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상당수의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일간지는 기존의 종이신문보다 고품질의 글을 담는 경우가 많아 좋은 글에 갈증을 느낀 이들의 꾸준한 관심과 수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일간지도 결국 세월의 변화에 역풍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변화의 시작은 인터넷의 발전이었다. 9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인터넷은 많은 것을 누리게 해주었다. 그중 하나는 종이로만 읽던 기사를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 기사의 발전은 종이신문 몰락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인터넷 접근성을 압도적으로 올려주었고 종이신문 몰락 가속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종이신문의 폐간에는 인터넷 기사의 영향으로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 시간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큰 일조를 하였다. 미국의 연구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말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 1위 신문 웹사이트의 방문자 체류 시간은 2분 미만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2015년에는 2.5분으로 5년 사이 30초가 더 줄어든 것이다.
글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비단 기사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 2010년대 후반, 기존 TV의 자리를 위협하던 OTT는 이른바 ‘유튜브 요약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 편에 1시간 가까이 되는 드라마 하나 혹은 러닝타임이 2~3시간인 영화를 짧게는 10분 길게는 몇 시간에 걸쳐서 요약해 주고 핵심만 전달하는 게, 바쁜 현대인 혹은 많이 생각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실제로 32세 직장인 노모씨는 “OTT별로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재밌을지도 모르고 분량도 길어 어느 순간 요약본만 보게 됐다.”라며 “요약본만 봐도 어디 가서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어 OTT를 해지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전해 현세대에서 요약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요약본은 핵심만 전달해 주는 특징과 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요약본만 찾는 현 세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요약본이 흥미를 갖게 해주는 걸 넘어 사람들에게 이른바 ‘지적 허영심’을 심어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OTT가 다양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양이 급증했다.”라며 “정해진 시간에 모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없는 시청자들이 ‘정주행’을 포기하고 ‘요약 주행’을 택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서 “요약본을 보는 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콘텐츠 전체를 향유하기보다는 핵심만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청 행태도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또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요약본을 시청하는 인간의 심리는 지적 허영심에 가깝다.”라며 “관심은 있지만, 시간을 투자할 마음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요약본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척한다.”라고 말하며 지적 허영심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였다.
요약본의 부흥은 결국 사람들의 낮은 문해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2022년 5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 152명을 상대로 조사한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C등급)에 불과하다.’라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유튜브에 익숙해진 10대들의 어휘력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져 집중력 저하도 같이 동반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선, 지난 1년간 연간 성인 독서량은 4.5권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달린다. 짧아지는 사고의 전국적인 확산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역시 책 한 권을 읽을 집중력마저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요약본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OTT 업체들은 되려 요약본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튜버와 협업하여 유료 광고를 주고, 작품을 홍보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는 OTT 업체 공식 채널의 하이라이트의 조회수가 요약본 유튜브보다 낮아 선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요약본이 바쁜 현대인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 편리하고 쉽게 사고하는 것은 복잡한 사회에서 도피할, 순간의 쾌락을 위한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사유의 힘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재된 사유로 후퇴하는 감성을 복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279383?sid=10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44600?sid=102
▲ 워싱턴 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은 미국의 유력지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의 일요일 전용 발행 잡지로, 신문사의 기사 중 장문의 기사 혹은 칼럼을 담아 발행하는 잡지이다. 지난 12월 4일 미국 정치·사회 전문 매체 ‘더힐’은 워싱턴 포스트가 결국 선데이 매거진을 폐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선데이 매거진의 원작자인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샐리 버즈비’는 선데이 매거진 발행 중단의 주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선데이 매거진의 최종 호는 크리스마스 연휴 초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선데이 매거진의 폐간으로 미국의 일요일 매거진은 3곳에서 뉴욕타임스와 보스턴글로브 총 2곳만 남게 된다. 인터넷 기사가 보급되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로 뉴스를 접하는 현세대에서 일간지의 폐간 소식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유지 혹은 폐간된 일간지들은 대부분 탐사보도로 이루어져 있다. ‘탐사보도’란 ‘감춰져 있는 사실이나 현상을 조사 발굴해 내서 세상에 공개하는 것’으로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탐사보도 중심이던 일간지는 인터넷 기사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상당수의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일간지는 기존의 종이신문보다 고품질의 글을 담는 경우가 많아 좋은 글에 갈증을 느낀 이들의 꾸준한 관심과 수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일간지도 결국 세월의 변화에 역풍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변화의 시작은 인터넷의 발전이었다. 9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인터넷은 많은 것을 누리게 해주었다. 그중 하나는 종이로만 읽던 기사를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 기사의 발전은 종이신문 몰락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인터넷 접근성을 압도적으로 올려주었고 종이신문 몰락 가속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종이신문의 폐간에는 인터넷 기사의 영향으로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 시간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큰 일조를 하였다. 미국의 연구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말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 1위 신문 웹사이트의 방문자 체류 시간은 2분 미만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2015년에는 2.5분으로 5년 사이 30초가 더 줄어든 것이다.
▲ 유튜브 요약본
글을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비단 기사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매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 2010년대 후반, 기존 TV의 자리를 위협하던 OTT는 이른바 ‘유튜브 요약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 편에 1시간 가까이 되는 드라마 하나 혹은 러닝타임이 2~3시간인 영화를 짧게는 10분 길게는 몇 시간에 걸쳐서 요약해 주고 핵심만 전달하는 게, 바쁜 현대인 혹은 많이 생각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실제로 32세 직장인 노모씨는 “OTT별로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재밌을지도 모르고 분량도 길어 어느 순간 요약본만 보게 됐다.”라며 “요약본만 봐도 어디 가서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어 OTT를 해지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전해 현세대에서 요약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요약본은 핵심만 전달해 주는 특징과 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요약본만 찾는 현 세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요약본이 흥미를 갖게 해주는 걸 넘어 사람들에게 이른바 ‘지적 허영심’을 심어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OTT가 다양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양이 급증했다.”라며 “정해진 시간에 모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없는 시청자들이 ‘정주행’을 포기하고 ‘요약 주행’을 택하고 있다.”라고 현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서 “요약본을 보는 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콘텐츠 전체를 향유하기보다는 핵심만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청 행태도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또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요약본을 시청하는 인간의 심리는 지적 허영심에 가깝다.”라며 “관심은 있지만, 시간을 투자할 마음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요약본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척한다.”라고 말하며 지적 허영심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였다.
요약본의 부흥은 결국 사람들의 낮은 문해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2022년 5월,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 152명을 상대로 조사한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C등급)에 불과하다.’라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유튜브에 익숙해진 10대들의 어휘력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져 집중력 저하도 같이 동반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선, 지난 1년간 연간 성인 독서량은 4.5권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달린다. 짧아지는 사고의 전국적인 확산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역시 책 한 권을 읽을 집중력마저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요약본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OTT 업체들은 되려 요약본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튜버와 협업하여 유료 광고를 주고, 작품을 홍보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는 OTT 업체 공식 채널의 하이라이트의 조회수가 요약본 유튜브보다 낮아 선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요약본이 바쁜 현대인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 편리하고 쉽게 사고하는 것은 복잡한 사회에서 도피할, 순간의 쾌락을 위한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사유의 힘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재된 사유로 후퇴하는 감성을 복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279383?sid=10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4460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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