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상처, 현실판 ‘더 글로리’

작성자
송민서
작성일
2023-03-23 22:01
조회
86

▲ 드라마 ‘더 글로리’ 포스터

 

  최근 OTT 플랫폼에서 제작한 드라마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더 글로리’는 스타 작가인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자, 로맨스 코미디 전문 작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도전하는 장르물인지라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몰았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파트 1’이 공개된 지 약 두 달이 지나고 ‘파트 2’가 공개되었지만, 뜨거운 열기가 식을 것이라던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유행어와 명장면들, 이슈몰이에 성공한 각각의 캐릭터들까지 또다시 흥행에 성공한 K-콘텐츠의 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더 글로리’ 속 피해가 단순히 드라마상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더 글로리’의 인기에 대해 “계급적이고 계층적인 문제ㆍ권력적인 문제 때문에 순수하게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며, 가해자들에 대해 사법적 처벌하지 못한 부분을 나름대로 대리 해소해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뿐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권력적인 폭력들과 ‘더 글로리’ 속 피해 장면들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 ‘더 글로리’의 안길호 PD

 

  이는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의 학교폭력 이슈만 봐도 알 수 있다. ‘더 글로리’ 파트 2가 세상에 공개된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등학교 당시 안길호 PD가 자신과 친구들을 폭행한 사실을 고발하는 글이 게시되었다. 작성자는 안길호 PD를 포함하여 열댓 명의 가해자에게 두시간가량 폭행당했다고 고백했으며, 게시물이 처음 올라온 당시 안길호 PD는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입장을 번복하고 “순간적으로 격해진 감정 탓에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라고 과거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의 연출자 또한 과거 가해자였음이 드러난 지금, 학교 폭력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하다. 실제로 ‘더 글로리’의 흥행 이후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MBN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참가자 황영웅이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만큼, 하차 여부에 대해 논쟁이 일기도 했다. 결국 황영웅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여론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아 결국 결승 2차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JTBC 서바이벌 프로그램 ‘피크타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출연자 김현재가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리며 논란을 빚었다. 당사자는 현재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팀으로 참가하는 아이돌 서바이벌인 만큼 다른 팀원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어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결국 ‘피크타임’ 제작진은 “단시간 안에 명확히 종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김현재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 서울대학교에 붙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 공론화 대자보

 

  단순히 연예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다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문제가 화제였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동급생에게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을 행했으며, 피해자는 자살 시도까지 할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다.

 

  중대한 사건인 만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 넘어가 강제 전학 처분이 내려졌으나, 정순신 변호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온갖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재심 및 행정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수반한 결과 1년동안 처분이 지연되어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들만 해도 끝이 없는데, 잠재되어있는 폭력들은 얼마나 많을까. 교육부에 의하면 지난해 학교 폭력 심의 건수는 약 2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다소 감소했었는데, 엔데믹 선언 이후 대다수의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되며 원상 복귀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지점은 언어폭력의 비율이 괄목할 만한 정도로 늘었다는 부분이다. 교육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해 진행하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결과에서 언어폭력의 비율은 약 33~35%를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2021년에는 41.7%, 2022년에는 41.8%로 눈에 띄게 늘어난 추세다.

 

  이에 비해 금품갈취나 스토킹 등의 폭력은 다소 감소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현황에 대해 교육계는 지난 몇 년간 스토킹이나 성폭력 문제의 공론화가 많이 이루어지며 경각심이 생겼지만, 언어폭력은 여전히 느슨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학교폭력

 

  갈수록 거세지는 학교 폭력 논란에 대비하여 관련 대응책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22일, 강제 전학 조치를 졸업 후에도 2년간 보존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달 1일부터 적용되는 개정안이다. 기존에는 가해자가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아도 졸업 시 심의를 거치면 기록을 삭제할 수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조치 강화 요구가 나오면서 변경된 것이다.”라고 전했다.

 

  학교 폭력 이력을 정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가 국내 최고 대학에 다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 생성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정시 전형에도 학교 폭력을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수능 성적만으로 결과가 정해지는 전형인 만큼, 이전에는 교내 학교 폭력 조치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체육 특기자인 경우에만 해당 사항이 반영되는데, 이마저도 2025년부터 이행 예정이라 현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은 잘 듣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유형의 폭력 사건이 있지만, 학교 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미성년자이며 같은 학교 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가해자들은 철없는 시절의 실수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법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한순간의 행동으로 누군가에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길 수 있는 만큼, 학교 폭력에 대한 엄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https://m.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316010009288

https://www.google.co.kr/amp/s/mobile.newsis.com/view_amp.html%3far_id=NISX20230308_0002218171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3121804001#c2b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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