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속이는 ‘다크패턴’

작성자
송민서
작성일
2023-04-07 07:19
조회
89

▲ 다크패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며 물품 구매부터 정보 습득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자,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 또한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구매하려고 할 때, 광고와는 다른 제품이나 가격이 등장하여 소비자를 당황하게 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이른바 ‘다크패턴’으로, 소비자의 눈을 속여 실수하도록 유발하는 것이다.

 

다크패턴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한 영국의 UX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은 이를 12가지로 분류했다. 브링널은 물건 간의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들어 잘못된 선택을 유발하는 ‘가격 비교 차단’부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끔 조성하는 ‘어려운 해지’까지 소비자를 어지럽게 하는 다양한 수법들을 명시했다.

 


감정적 선택 강요의 예시

 

그중에서도 ‘감정적 선택 강요’의 경우 최근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법이다. 이는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용할 때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생기는 것처럼 강조하여 서비스 해지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정기 결제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멜론 정기 결제를 해지를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매 많다.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는다면 할인은 물론 각종 혜택을 준다고 이야기하며, 해지를 망설이게끔 유도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또한 마찬가지다. 정기 결제해지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정기결제를 이용하던 소비자가 해지할 경우 사이트에 접속하면 계속해서 다시 결제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팝업으로 띄운다. 정의된 지 13년이 지난 개념이지만, 아직도 크게 달라진 바가 없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3년 전 브링널이 분류했던 12가지의 속임수보다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더욱 보편화되었을 뿐 아니라,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활동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은 추가된 사례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12가지 기준을 정립했다. 여기에는 강제 작업, 해지 방해, 압박 판매, 사회적 증거가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 사회적 증거는 후기를 작성했던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끔 일부러 삭제하거나, 협찬받은 제품인 것을 숨기고 광고하는 등 이른바 ‘뒷광고’에 해당한다. 뒷광고는 2020 한 유튜버의 공론화를 통해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이때 다수의 유명 유튜버가 과거 협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광고를 하거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소비자들을 기만했던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논란의 여파로 2020년 9월 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실시했다.

 


가격 착시 현상이 굳어진 피자 업계

 

최근 들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가짜’ 할인가 또한 다크패턴의 일종이다. 의류부터 각종 쇼핑 품목, 심지어는 배달 음식까지 할인율로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피자 업계의 경우 가격 착시 현상이 굳어져 인터넷상에는 피자를 제값 주고 사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자 업체들이 높은 할인율을 앞세워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 위해 신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판매가를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상시 할인 제도에 돌입하여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조차 감이 안 잡히게 만드는 사례가 있다면, 판매가를 일부러 높게 잡아놓고 엄청난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속이는 일도 있다.

 

지난해 말 발란은 루이비통 제품을 미리 원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놓은 뒤, 90% 세일을 진행하는 것처럼 광고하여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389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발란에서는 원가 4,900만 원에 90% 할인을 적용하여 475만 원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40만 원인 카드지갑도 판매가를 500만 원으로 명시하고, 88%의 할인율이 적용되어 59만 2,040원에 판매한다고 공지하였다. 루이비통 본사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비싸게 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할인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다크패턴 설문 조사

 

다양한 눈속임 패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십일절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주력 상품의 가격을 지난 3주의 평균값보다 높게 기재하여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상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옥션, G마켓 등 여러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는 가격 수정이 불가능하게끔 규정을 변경했다. 위메프도 할인가로 판매되는 상품은 이전과 비교하여 가격이 동일하거나 낮아야 한다는 사실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다크패턴 문제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마케팅 전략과 온전히 분리하여 보기 힘들다는 특수성 때문인지 아직도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다크패턴 관련 법안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지속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용우 위원이 다크패턴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1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법상 다크패턴에 대한 규율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마케팅이고, 어디부터가 소비자 기만행위인지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제재를 가했다가는 마케팅 산업을 과도하게 위축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새로운 사업자 등장 및 시장경쟁을 억제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비자의 금전적, 시간적 피해뿐 아니라 개인정보의 위협까지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다크패턴 문제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마땅한 사안이다. 그러나 성급한 규제로 인해 마케팅 시장의 위축을 촉진하는 것 또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다크패턴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속는 것을 예방하거나,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https://www.google.co.kr/amp/s/www.hankyung.com/economy/amp/2021082456971

https://m.hani.co.kr/arti/economy/marketing/983376.html?_fr=nv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534523

https://www.google.co.kr/amp/s/m.mk.co.kr/amp/103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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