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전기차 화재, 이대로 괜찮은가

작성자
정대진
작성일
2023-05-08 22:06
조회
58

전기차 화재

 

지난 4월 30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금방 진압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주변에 주차 중이던 차량 5대가 파손되어 1,5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경찰은 불이 나기 20분 전 충전을 시작했다는 차주의 말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는 이번 사고 이외에도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다. 전기차의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인 데 반해 화재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기차의 화재 원인과 그 추이 및 관련 기업, 당국의 대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2017~2021년 전기차 화재 통계

 

전기차는 2000년대 초반, 고유가와 더불어 배기가스 규제가 엄격해짐에 따라 시장에서의 수요도가 급격히 올랐다. 도로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기준으로 전기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68.4% 올라 약 39만 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차 등록 대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곧 관련 사고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화재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전기차 화재 사고는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복잡한 배터리 구조로 되어 있어 화재의 시발점을 찾기가 힘들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랜 시간이 걸려 차량이 모두 전소된 후에야 진압이 되는 일이 많아 적지 않은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

 


리튬이온전지의 작동 원리

 

그렇다면 전기차에 불이 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얘기한다. 전기차 화재와 관련된 보도를 접할 때 충전 중인, 즉 정차된 상태인 차량에서 불이 일어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전기차가 배터리를 주된 원동력으로 이용한다는 특성과 연관되는데, 첫 번째 화재 원인은 바로 배터리의 과부하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때 사용되는 두 극이 만나면 과한 전류가 흐르며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다. 배터리도 소모품인 만큼 사용할수록 두 극 사이를 막는 보호막에 결함이 일어나 화재 발생 확률은 더 커진다. 더군다나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로 더한 충전을 진행하면 배터리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가 밤에 긴 시간 충전을 시킨 다음 아침 이후에 차량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과충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차량을 이용해 일과를 마쳐야 하는 현실에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마땅한 진압 설비가 부족한 시점에서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배터리 화재에 대해 완전히 진압할 방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 운전자들이 실제 충전율을 85% 선으로 낮춰 완충을 피하고 급속 충전보다는 완속 충전을 지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하루빨리 모색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원인은 대차, 대물 사고와 같이 외부에서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다. 앞서 언급한 보호막이 외부 충격에 의해 훼손되면 화재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량이 파손된 상태로 불이 났을 확률이 높다. 전기를 통해 내부의 모든 것이 작동되는 전기차에 사람이 있으면 전기 공급이 차단 돼 평소 문 내부에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손잡이가 나오지 않아 문을 여는 것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차량 내 의자 젖히기 등 공간 확보를 위한 행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걸릴 것이다. 실제 전기차 운전자 모임에서는 사고 시 문이 안 열리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며 차량 내 비상용 망치의 구비를 생각하는 회원이 나타나고 있다.

 


연도별 전기차 등록 대수

 

안전 검사 기준이 높은 국산 차의 경우 사고 발생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손잡이가 튀어나오지만, 수입 전기차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사고 발생 시 2차 도난이나 범죄 발생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현지 안전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2월에 발생한 ‘테슬라 화재 사망 사건’에서는 사고 이후 구조 과정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참사를 빚었다. 22년 기준 수입 전기차 비중이 전체의 26%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고 시 대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사고 방지가 먼저이긴 하지만, 사고 이후 대응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빠른 대응을 위해 화재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차임을 미리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며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21년 세종시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신고자가 발화점이 전기차라는 사실을 소방대원에게 알려서 필요한 장비를 미리 챙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시간 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연도별 전기차 등록 대수만 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체 차량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된 법이나 기술의 도입 또한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을 필두로 리튬이온전지보다 안정성이 뛰어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일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안전'을 주제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기차 화재 사례를 수집해 이에 특화된 기술을 도입하기 위함이다.

 


소방청에서 도입한 질식소화덮개

 

소방청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전기차 전문 교육을 진행하거나 전기차 화재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진압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수화 수조는 전국에 2대, 질식소화 덮개는 단 하나도 없는 지역이 있는 등 전기차 대수에 비해 특수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특수수화 수조 72개를 추가 보급해 광역자치단체 17곳에 모두 배치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산업부에서는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을 과충전으로 판단하여 전기차 충전 시설 지상화를 포함한 기준 정비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전기차 주차구역 방화 장비 설치, 전용 CCTV(열화상) 설치 등이 포함된다. 비록 국토부, 산업부, 소방청 등 관련 부처의 책임소재 부담 문제로 인해 전용 CCTV 설치의 선에서 논의가 그쳤다.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 즉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했다는 이유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가운데, 내연기관 자동차의 자리를 전기차가 대체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절대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기술의 도입은 관련된 사건, 사고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되어있다. 이에 맞서 기업 및 관련 당국과 더불어 소비자도 함께 대응책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수습기자 정대진

 

이미지 출처

https://www.dailycnc.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876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423

https://www.chemi-in.com/386

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01111540001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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