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상품 거래 ‘리셀’

작성자
김 나영
작성일
2022-09-07 20:04
조회
37

나이키 운동화

한정판은 그 희소성 때문에 소장가치가 크다. 공급량보다 수요가 훨씬 많지만, 한정판 상품을 구매한 이후에 흥미를 잃거나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상품을 갖고 있기보다는 원하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처럼 한정판 제품 등 인기 있는 상품을 구매한 뒤 시장에 되파는 것을 ‘리셀’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명품에서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고, 이를 되파는 리셀 시장이 패션가와 유통가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리셀이 개인 간의 거래를 넘어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와 배경, 앞으로 리셀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리셀

  리셀(resell)은 접두사 ‘re-(다시)’와 ‘sell(팔다)’의 합성어로, 한정판이나 명품 등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제품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거래되는 상품은 의류와 운동화, 전자제품, 아이돌 굿즈 등을 비롯해 팬 사인회 대기 순서 등 무형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리셀 시장은 MZ세대의 명품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성장하고 있어, 유통업계의 최상위인 백화점들도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이다.

또한, 리셀은 높은 수익률에 비해 투자금이 비교적 적고 시간과 정보만 있으면 누구든지 시도할 수 있는 등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일종의 재테크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리셀 테크’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빠른 정보력과 노력으로 이뤄지는 정당한 이윤 추구 행위라는 긍정적인 견해와 일반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조직적으로 대규모 리셀을 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나 생산자들은 리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판매 매장 수나 일 인당 구매 품목 제한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크림

  리셀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의 기업가치는 약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리셀 플랫폼들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12월 월간 거래액이 1,000억 원을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리셀 시장이 성장하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중고거래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했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을 느끼기 위해 중고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가성비의 소비’가 ‘가치 소비’로 진화한 것이다. 리셀 시장을 이끄는 사용자층은 주로 2030 세대인데, 이들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요시한다. 또한, 새 것을 사고 버리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1년 트렌드 중 하나로 ‘N차 신상’을 손꼽았는데, 이는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리셀은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했을 뿐이지만, 한정판 상품의 희소성 때문에 값이 뛰면서 자연스럽게 리셀 테크를 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는 재테크를 목적으로 리셀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희소성이 있는 명품이라면 본전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구매했던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일도 있지만, 2030 세대는 이를 ‘렌탈 비용’으로 여기고 사고파는 경향을 보인다.

물건을 되파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팔아 금전적 이득을 얻고, 구매자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리셀은 재화의 낭비를 막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다. 다만, 일부 사용자들이 리셀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이득을 취하는 일도 있다. 현재 리셀 시장에 주어진 과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실제로 제품을 사용할 목적이 아닌 재테크를 목적으로 한정판 상품을 사재기한 뒤 가격을 비싸게 올려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 간의 합리적인 거래와 전문업자들의 판매는 엄연히 다르다. 이는 구매의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다 실수요자의 구매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상품의 공급량이 적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이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판매자가 상식에 어긋날 만큼 지나치게 가격을 인상한다면 구매자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리셀 플랫폼에서 명품 감정사를 두는 것은 기본이고, 전문으로 감정하는 인력까지 양성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로 가품을 탐지하고, 일부 명품에 복제할 수 없는 NFT 보증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리셀 플랫폼에서 판매용으로 접수된 제품들을 검수하고, 정품 판정이 나면 NFT 코드를 부여하고 플랫폼 내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유 콘서트 포스터

최근 아이유의 콘서트 티켓을 두고 아이유의 소속사가 리셀 방지를 예방하기 위한 방침을 펼쳤다. 소속사는 지난 5일 아이유 공식 팬카페와 SNS 등에 ‘부정 티켓 거래 관련 방침’을 게시했다. 소속사는 “공식 판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로 구매·취득한 티켓 중 매크로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하거나 프리미엄 티켓 거래 사이트 및 개인 SNS 등에서 매매되는 티켓을 모두 부정 티켓 거래로 간주하고 이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며 부정 거래 티켓은 예매를 즉각 취소하고, 예매자가 팬클럽 회원으로 확인되면 팬클럽 회원에서 영구 제명 후 유료 공연에서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공지한 대로 부정 티켓을 거래한 팬클럽 회원 이모씨 등 7명을 적발해 영구제명했다고 알렸다. 이러한 노력에도 티켓 부정 거래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부정한 거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신 트렌드를 좇고, 이를 SNS를 통해 자랑하는 '플렉스' 문화는 리셀 시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은 리셀 시장에서도 몸값이 높다. 이처럼 리셀 시장은 계속해서 활성화되고 있다. 적절하고 과도하지 않은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사진 출처

https://www.sevenzone.com/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477&device=mobile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20/2015112000430.html

https://kream.co.kr/

https://ticket.melon.com/search/index.htm?q=%EC%95%84%EC%9D%B4%EC%9C%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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