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는 인공지능의 등장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매스미디어에 수없이 등장하는 단어이며, 미래와 관련된 어떠한 구상을 하더라도 항상 화두에 오르는 주제이다.

▲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불과 약 6년 전인 2016년, 인공지능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안일하게 여기던 인류를 한차례 놀라게 하였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차례 진행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대 1이라는 대승리를 이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전 2015년 10월에 유럽바둑대회 3회 우승 출신의 바둑 강자인 판 후이(Fan Hui)를 상대로 5국 전승을 거둘 정도로 매서운 실력을 겸비했지만, 이례적으로 총 5국 중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으면서 인류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쟁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신러닝’이라는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능력을 지닌 알파고와 개발자 구글 딥마인드는 그날의 패배를 반면교사 삼아 2017년에 진행된 중국의 바둑 강자 커제와의 대결에서 3전 3승이라는 대승을 거두면서, 인류가 인공지능과 미래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다양한 국가의 정부 부처와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주력 기술을 앞세웠고, 인재 양성에 많은 지원을 하는 등 노력했다. 동시에 인공지능의 존재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범죄와 윤리 문제에 대한 생각과 의견도 함께 커졌으며, 현재는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담론이 인공지능이 개발된 초창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
그리고 2022년 인공지능은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인공지능의 발전 범위가 ‘창작하는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1일 카카오브레인에서는 미디어아트 그룹인 슬릿스코프와 공동으로 시를 쓰는 인공지능 모델 ‘시아(SIA)’를 개발하고 8일에 인공지능 시아의 첫 시집인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한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 시아를 활용해 진행하는 시극 ‘파포스(PAPHOS)’
또한, 8월 12일 부터 14일까지는 인공지능이 쓴 시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시극 ‘파포스(PAPHOS)’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시극의 제목인 ‘파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조각가 피그말리온과 그의 조각상 갈라테이아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이름인 파포스에서 차용했으며, 시극의 의미는 인간과 기술의 상생관계 속에 인공지능으로 태어난 작품(시)을 말한다.
파포스는 앞서 언급된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에 의해 만들어진 20편의 시로 구성된 시극이다. 시아가 시를 쓸 수 있게 된 기반으로는 개발사의 AI 언어 모델 KoGPT가 큰 역할을 한다. 시아는 AI 언어 모델을 통해 인터넷 백과사전, 뉴스 등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해 약 1만 편의 시를 읽고 작법을 학습해 시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AI 칼로’
인공지능의 예술 분야 침범은 문학과 연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아의 개발사인 카카오브레인은 시아를 소개하기 앞선 7월에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AI 칼로’를 소개했다.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인공지능에 주문하면 인공지능은 주문에 맞는 그림을 수 초 내로 그려내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명령에 따라 정해진 결과 값을 내놓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고 ‘이해’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대로 아직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단계가 아니기에 다양한 윤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이에 대해 변순용 한국인공지능윤리학회장 및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AI에게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시키면 편향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등급제를 도입해 대상, 용도에 따라 학습 데이터를 달리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인류에게 큰 피해를 줄까? 많은 매체에서 이야기했듯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간의 영역이 줄어드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힌트는 AI 칼로가 공개된 같은 달 공개된 또 다른 인공지능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 채색하는 인공지능 ‘웹툰 AI 페인터’
지난 7월, 네이버 웹툰에서 공개한 ‘웹툰 AI 페인터’는 사용자가 스케치 그림에서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면 인공지능이 스케치 그림에 맞는 색상을 자동으로 찾아서 색칠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공지능이 예술 영역을 넘보는 것이 단순 일방적 침략이 아닌 상호협력적 공생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이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뉘어 발전하면서 혹자는 인류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존의 가설과 달리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제민 인공지능 시아 공동개발진 및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는 “대단히 많은 로봇 신화가 인류를 위협하는 형태의 서사 구조로 되어있다.”라며 “기계적 대상과 인간과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싶지 않다. 상생적인 공진화만이 미래의 문을 열리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인류와의 관계와 미래’는 십여 년간 해결되지 못한 난제로 남아있으며, 논쟁을 벌이는 지금도 기술 발전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애꿎은 시곗바늘을 잡고 시간이 멈추길 바라는 요행보다는, 주어진 시간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습기자 박세환
이미지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42338?sid=10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291473?sid=10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336721?sid=10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291473?sid=10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291473?sid=105